2018년 11월 29일 목요일

김아중 그리고 투명 인간



오직 타인만이 자신을 알게 한다는 말을 봤어요.

남의 시선을 통해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게 되는 일이 종종 있잖아요.

하지만 타인이 보는 자신의 이미지는 실제일 수도,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내가 '당신은 참 걱정이 없어.' 그러면

그 순간 어쩐지 난 진짜 걱정 없이 사는 놈 같기도 하고

그렇게 보이도록 오래전부터 내가 노력해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거든요.

맘속에는 온갖 김아중 걱정이 소용돌이치고 있으니까 말이죠.

밥은 잘 먹는지, 잠은 잘 자는지 뭐 그런... 시시껄렁한...


... 걱정이 없긴 없네...


제가 이 블로그를 통해 만들려는 제 이미지는

소심하며 크게 악하지 않지만, 어쩐지 할 일이 없는 평범한 할배입니다.

그리고 그런 할배가 이상하게 김아중만 죽어라 좋아하는 거죠.

잘 되는지는 몰라도 그런 느낌을 주도록 글을 올리는 거예요.


하지만 사람 속은 알 수 없습니다.

평소엔 예의 바르고 착했던 사람들이 종종 끔찍한 뉴스를 만들어내기도 하죠.

얌전한 할배가 어디 가면 말도 없이 고기를 먼저 먹는 거거든요.

저 같은 사람이 무서운 거예요.


제 경우라면 A4 용지 250매 두 묶음을 양손에 하나씩 들고

어느 날 김아중 소속사로 무작정 가는 겁니다.


긴 신호등의 건널목과 찬 바람 부는 아스팔트 길을 넘어

검은 마스크와 라이방으로 얼굴을 가린 채 회색 건물 안으로 빨리듯 들어가는 거죠.


그리곤 뿌옇게 된 안경을 닦을 새도 없이 소속사 문을 냅다 걷어차며

'기, 기마중 나와! 나, 나오라구!'

라고 소리지르는 걸로 잔혹한 사건을 시작하는 겁니다.


- 성난 할배 -

... 착한 척은 혼자 다 하더니... 같잖고 추악한 실체...


그간 사인도 없이 덕질하던 설움을 토해내며

사인 오백 장을 당장 내놓으라고 요구할 거예요.

갑자기.

이런 일이란 언제나 허를 찔러야 더 효과적이니까요.

숨 돌릴 틈을 주지 않고 몰아세울 겁니다.

사인 좀 해 본 김아중이라도 한 이백 장 정도에서 팔이 마비되겠죠.

전대미문의 냉혹한 범죄입니다.


근데...


노는 날... 아무도 없어...

슬퍼서 잔인한 결말...


어쩌다 타인을 통해 자신을 알게 되는 건 유익하겠지만,

자주 그러면 스트레스일 거예요.

누군가가 자신에 관해 얘기하는 자리는 참 거북하잖아요.

칭찬도 그렇고 칭찬이 아닐 때는 더욱더 그렇고.

더구나 자신의 좋은 점을 알게 되면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 부담이 있고

나쁜 점은 그걸 개선해야 하는 부담이 있죠.


모르긴 해도 김아중은 자신에 관한 얘기를 꽤 자주 듣게 되는 편이 아닐까 싶어요.

당신의 이러저러한 점 때문에 같이 작업을 하고 싶다든지

혹은 할 수 없다든지 하는 말을 들을 거 같거든요.


피곤할 거예요.

거기에 이런 블로그까지 있으니 피곤에 피곤을 더하는 겁니다.


평소엔 쿨하게 넘기는 너그러운 성격을 가졌더라도

뭔가 다른 안 좋은 일을 막 넘기고 돌아섰는데

다시 이런 블로그에서 수상한 할배가 아무 말 잔치를 하고 있으면

짜증이 올라올 게 틀림없어요.


그래서 혼자 뒹굴면서 머리도 같이 굴려봤어요.

어떻게 해야 김아중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 팬이 될 수 있을까를요.


... 지금도 아무 신경 안 써...


결론은 있는 듯 없는 듯 지내야 한다는 거였어요.

김아중의 빼어난 아름다움이나 연기, 방정한 품행에 관해선

전혀 말을 하지 말고 조용히 있는 거죠.

앞서 말했듯 좋은 말도 자꾸 들으면 거북하고 부담이 될 수 있으니까요.


아무리 보고 싶어도 만나는 건 꿈도 꾸지 말아야 합니다.

나중에 다시 만나러 가지 않으면 실망하고 신경 쓰일 테니까요.

... 누가? ...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김아중이 문득

'아, 전에 그 할배 아직도 있나?' 라고 할지도 모를 때,

아직 있으면 '미친놈', 없으면 '나쁜 놈'이 될 뿐일지라도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채로 사는 겁니다.

... 이미 그래...


무슨 일이 있어도 나서지 말고...

이래저래 볼 일 없는 그림자처럼 투명 인간처럼...


그러면 김아중이 편할 거예요.

그리고 김아중만 편하다면 저는 아무래도 좋죠.


... ㄴr는 ㄱr끔 눈물ㅇl  흐른ㄷr...


결론은 그렇고...

.

.

.

실행은 한 20년 뒤에 생각해보는 거로...



(사진 출처: CJmall A+G 엣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