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2015년 봄쯤에 김아중이 무슨 잡지 촬영을 다낭에서 했었지요.
그때부터 나도 다낭엘 한 번 가봐야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어쩐지.
아내도 긍정적이었어요.
베트남은 한 번 다녀온 곳이지만 다낭은 아니었지 않냐며.
싸다며...
그 이후로 그럭저럭하다가 결국 며칠 전 다녀왔습니다.
하지만 예의 저가 단체 여행은 실수였어요.
푸른 해변에서의 환상적인 휴식을 꿈꾸며 갔지만
그런 건 자유여행에서나 가능한 거더라구요.
가이드한테 개처럼 끌려다니다 왔...
하여간 다낭이 중요한 게 아니고,
김아중이 갔었던 장소라는 게 나한테는 중요한 거였고
아내한텐 싸다는 게 중요한 거였습니다.
다 살아가는 이유가 나름 있는 거죠.
왜 나한텐 그런 게 중요하냐건 ... 웃지요.
그냥 김아중이 가본 곳이라면 나도 밟아 보고 싶어요.
아무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그냥 한 번.
김아중이 보았을 바다를 보고, 걸었을 거리를 걸어보고,
나는 저렴이 호텔...
사실 김아중이 가본 곳을 따지자면 서울 강남에만 가도 너무 많겠죠.
근데 이런 건 이성으로 따지거나 설명할 수 없는 겁니다.
그냥 꽂히는 거예요.
여행은 정말 별거 없었어요.
관심도 없는데 유적지는 왜 그리 많이 끌고 다니는지.
하지만, 더위에 헥헥 거리며 아무 생각 없이 가이드 뒤를 따라다니다
문득, 혹시 김아중도 여기를? 하는 생각이 들면
갑자기 두근두근하는 거였습니다.
눈을 감으면
저~~ 앞에 김아중이 걸어오고 있는 겁니다...
작은 가게들을 기웃거리며 야자수 그늘을 지나
오래된 골목을 도는 순간 저와 딱 마주치는 거죠.
헐...
흐어억... 헐... 김아중 씨? 헐. 으와아. 헐...
난리날 거 같지만 사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죠.
못 알아보니까...
김아중은 선글라스에 막 변장을 했을 거 아니야...
나같은 할아버지들이 알아보면 곤란한 거거든요.
거기다 나는 가이드 발뒤꿈치 보며 걷느라 정신이 없을 테고
김아중은 그냥 흔한 한국 할배에 관심이 없을 테고...
한국 할아버지는 보면 팍팍 티가 나거든요.
둥근 얼굴 둥근 배... ... 아, 싫다...
이국의 푸른 하늘 아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아름다운 스타와 둥근 할배 하나가 아무 일 없이 스쳐 지나가는 겁니다.
잠시 후 스타는 문득 뒤돌아보지만
할배는 인파 속으로 홀연히 사라지고 없죠.
혹시 그 할배가 그놈?...
알 수 없는 허전함에 몸부림치는 스타...
겁나 슬퍼...
하여간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다낭 거리를 걷는 건 좋았어요.
같은 공간에 어쩌면 김아중도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저를 종종 설레게 했죠.
그것만으로도 다낭은 행복했습니다... ...
... 물론 거짓말입니...
... 행복은 무슨...
스크린이든 뭐든 실제로 봐야 행복이지...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2013.12.18 개봉)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