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15일 금요일
김아중 그리고 집
날만 풀리면 여기저기 나돌아다닐 생각이었는데
막상 봄이 되니까 그게 잘 안 되네요.
돌아다니면 다음 날 피곤할 것도 걱정이고
나가면 개고생이지 하는 생각도 들어서요.
솔직히 방구석만 한 게 또 없어요.
그러니까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도
방구석에 매달려 지내는 사람들이 있는 거겠죠.
내가 김아중한테 매달리듯...
사실 날씨니 꽃이니 아무리 좋다고 해도
모두 다 결국엔 방구석으로 돌아오게 되죠.
방구석이니 어쩌니 해도
집에 돌아와야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나들이는 나들이일 뿐.
저한테 김아중은 집이에요.
아무리 봐도 김아중만 한 배우가 없어...
여행 가면 괜히 집 생각나는 것처럼
무얼 하든 어디를 가든 까닭 없이 김아중이 언뜻언뜻 떠오르죠.
빈 걸 알면서도 강아지가 제 밥그릇 핥아보듯
아무 일 없는 트위터라도 한번 쓱 훑어봐야 마음이 놓이고요.
음, 어디 보자... 음, 오늘도 아무것도 없...
아, 대체 뭐 하고 지내는 겨...
집이에요.
소식이 있으나 없으나 항상 마음이 쓰이죠.
결국엔 돌아가야 할 안식처 같은 겁니다.
물론 김아중을 실제로 본다면 안식할 수가 없죠.
사골처럼 계속 우려먹는 얘기지만
전에 무대 인사를 딱 한 번 본 경험에 따르면
가슴이 뛰어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전혀 편하지 않았어요.
손을 잡아본 것도 아니고 눈이 마주친 것도 아니고
김아중은 그냥 거기 멀찍이 서 있을 뿐이었는데도 말이죠.
그러니까 생각해보면 꼬롱꼬롱한 강아지 냄새나는 우리 집 같은 집은 아닌 거죠.
외국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으리으리한 성 같은 집이라고 해야 할까요.
신발은 어디에 벗어놔야 하는지
아무 데나 앉아도 되는지 괜히 주눅이 들고 불편할 거 같은 그런 호화 저택이요.
하지만 그건 실제로 김아중을 만났을 때나 얘기고
나야 뭐 실제로 볼 일은 없으니까요.
내 머릿속의 김아중은 어쩐지 편안하고 아늑한 집이에요.
옆으로 누워 감자 칩을 먹으며 TV도 보고
보다가 잠도 들고
강아지와 뒹굴다가 방귀도 뀔 수 있는 그런 집...
... 물론 난 그러지 않아요... 절대...
하여간 늘 위안이 되고요,
봄날 한가롭게 이렇게 황당한 얘기를 늘어놓아도 좋은 그런 집이죠.
내게 김아중은요.
착해...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2013.12.18 개봉)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