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말한 적이 있는데 '캐치 미' 가운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진숙'이 남산에서 '호태'와 엇갈리는 장면이다.
어긋나는 운명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며
말없이 첫사랑을 떠나보내는 '진숙'을 보고 있으면
변변한 첫사랑의 아픔을 겪어보지 않은 나도, 응?,
그 안타까움과 애처로움이 마음에 적지 않은 공명을 일으켜
'진숙'이 김아중인지 김아중이 '진숙'인지 정신이 아득해진다고밖에 할 수 없다.
연기가 연기가 아니다.
난 그 한 장면만으로도 '캐치 미'의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장면을 보면 내가 왜 맨날 미친 사람 헛소리하듯
김아중 김아중 거리는지 미루어 알 사람은 알 거다.
... ... 이뻐...
그건 그렇고,
그 분위기를 한층 더 살려주는 것이 배경으로 흐르는 잔잔한 OST인데
영화 BD에도 따로 실려있지 않고 OST에 대한 설명도 전혀 없어서
그 음악만 간편하게 들을 수 없는 점이 늘 아쉬웠다.
그러다 며칠 전 우연히 이걸 네이버 뮤직에서 발견했다.
그런 데서 구할 수 있다는 걸 여태 모르고 있었으니
나 자신 어이가 없지만, 어쨌든 봤으니 사야 했다.
배경 음악이 짤막짤막한 것까지 모두 33곡인데
그 중 '널 만난 그 날', '헤어지던, 남산', '고백 1 - 우리 이번만 헤어지자',
'고백 2 - 아직 널 사랑해', '다시 시작한 우리', 등 총 5곡을 구매했다.
남산 장면에 흐르던 음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헤어지던, 남산'이다.
안타까움과 애처로움이 교차하는 분위기에
더 할 수 없이 잘 어울리게 작곡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곡들도 그렇지만 '널 만난 그 날'은 낭만적인 회상 장면에
여러 형태로 변주되어 사용되는 곡인데 따뜻하고 설레는 느낌이 좋다.
'널 만난 그 날'의 변주곡들 가운데는 1분 내외의 짧은 곡들도 있는데
그런 것도 전부 내려받고 싶었지만, 너무 짧으면
무슨 음악이 그렇게 짧으냐고 아내가 출처를 캐물을까 봐 참았다.
'다시 시작한 우리'는 영화 맨 마지막에 사용된 밝고 경쾌한 곡.
아무튼, 다 내려받지 못해서 매우 아쉽지만, 음악들이 참 좋다.
종종 영화 보다가 좋은 음악을 발견하면
이사 온 옆집에서 떡 한 접시라도 가져온 듯 행복해지는데
특히 이건 듣고 있으면 김아중도 떠오르니 더 말할 게 없다.
떡을 시루째 받은 느낌이다...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2013.12.18 개봉)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