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한 2주 정도, 아니면
길어야 한 달 정도를 예상하고 왔던 미국에서
꼭 6개월을 지내다가 이제 돌아가게 됐다.
남들은 아니겠지만 나는 자꾸 '그저 바라보다가'가 생각난다.
잠깐일 줄 알았는데 뜻하지 않게 길어지고.
6개월이 그냥 휙 지나가기를 바라기도 했고.
그간 아내 없이 지내는 생활도 몸에 익고 동네도 익숙해져서
이곳이 마치 집인 것처럼 지낼만하다 싶게 되니까 다시
익숙하지만 조금은 낯설어진 진짜 집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제 집이란 아내가 있는 곳이다.
늘 그랬듯 끝날 때가 되어야 뒤를 돌아보게 된다.
지루하고 따분했던 날들은
지금까지와 별다를 바 없는 심란한 과거가 되겠지만
그게 바로 내가 그렇게나 바라던
한가함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어려서 이사하는 날이 다가오던 때처럼 서운하고,
마음 한편이 1kg짜리 쌀 한 봉지라도 매달아 놓은 듯 묵직한 것은
이제 두고 갈 사람이 안쓰러워서이지
아내의 감시 아래로 다시 들어가는 것이 막막해서는 아니... ...
남편의 의무, 자식의 의무,
강아지 돌보미의 의무 따위는 모두 한국에 남겨두고
부모의 의무만 지니고 홀가분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처음엔 몰랐지만 흔하지 않은 경험이었다.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보고 싶던 사람들도 만났고
추억이 깃든 장소들도 가보았지만
아내 없이 다니는 것은 어째 의욕이 나지 않아서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거나 관광을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 생활이 즐거웠다고는 결코 할 수 없다.
하여간 한가했지만 둘도 없이 따분했고
무얼 해도 대체로 신이 나지 않던 이곳에서
그나마 이렇게라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역시 또 김아중 덕분이었다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있다.
일본 팬 미팅 영상과 노래, '그저 바라보다가', '캐치 미', 그리고
현재 진행형인 '펀치'까지 김아중이 보여주는 무지갯빛 환상과
그 환상에 덧붙인 나의 더할 수 없이 칙칙한 망상들이
이 무료한 생활을 위로하고 온갖 스트레스를 견디게 해준 거다.
김아중은 먼 이국에서 대책 없이 쓰러질 뻔한 할배 하나를
본의 아니게 구한 셈인데
이참에 아주 쓰러지지 않은 걸 아쉬워할지도 모르지만, 난 참 다행이고
이렇게 김아중이랑 같은 시대에 살고 있는 걸 보면
내가 전생에 그렇게 나쁜 짓 하며 산 거 같지는 않다.
어쨌든 결론은 김아중에게 또 감사하다는 거다.
도움도 안 되게 매번 말로만 하는 감사지만, 종종 이모저모로 감사한 건 감사한 거다.
겁나게 예뻐서 감사하고, 근사한 연기가 감사하고, 열정적인 노래도 감사하고,
구해줘서 감사하고...
복 받을 거다.
(여기에 권총 한 자루만 차고 있으면 완벽한 킬러일 텐데.ㅎㅎ)
이제 '펀치' 보러 간다!! ㅋㅋ 
(사진 출처: 인터넷 여기저기. SBS 월화 드라마 '펀치' 제작 발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