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엔 종종 스파게티를 해 먹는다.
국수 삶고 마켓에서 사 온 소스를 뿌리고
소시지 하나 넣으면 끝나는, 라면만큼이나 간단한 스파게티다.
요리를 하느니 차라리 잠을 자겠다고 생각을 하는 편이다.
음식 만드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에너지를 줄여서
청정 에코시스템을 이루고야 말 거라는...
왜 사냐 건 고개를 돌리지요...
그래서 물만두도 자주 해 먹는다.
냉동만두 사다가 잠깐 끓이기만 하면 또 끝이라서
게으른 나하고 궁합이 잘 맞는다.
가끔 '올드보이'가 되는 느낌이지만, 이미 올드하니까 패스...
조금 더 몸을 놀려야겠다 싶으면 꽁치 찌개를 한다.
통조림 한 캔에 고추장, 양파,
다진 마늘, 소금까지 넣는 수고를 해야 한다.
찌개라고 하니까 언뜻 요리 같지만 재료를 잘 보면
양파 말고는 다 파는 거 수저로 떠 넣기만 하면 된다.
최소한의 동작으로 끝을 볼 수 있다.
한때는 두부, 감자에 생강, 고추, 파까지 넣기도 했지만
그런 것들 안 먹어도 안 죽는다는 걸 깨우친 이후로는
쓰러져가는 지구를 위해 소박하게 살기로 했다.
하여간 약간의 수고로 몇 끼를 때울 수 있는 반찬이 되니까
노력 대비 결과가 매우 바람직한 음식이다.
배로 들어가는 것들은 다 부질없어...
뭘 언제 어떻게 먹을까는 언제나 고민이다.
꼼지락거리며 누워있어도
끼니 때는 어김없이 찾아와 배가 고프다.
냉장고에 있는 몇 개의 차가운 반찬을 꺼내
배를 채우고 있으면
먹어야만 하는 짐승으로 사는 건
슬픈 일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다면 무척 편할 거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다.
뭔가를 하고 있어도 끼니처럼 김아중 생각이 난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난 그게 어쩐지 서글프기만 하다.
생각이 없다면 편할지도 모르겠다.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