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1일 토요일

김아중은 끼니처럼



점심엔 종종 스파게티를 해 먹는다.

국수 삶고 마켓에서 사 온 소스를 뿌리고 

소시지 하나 넣으면 끝나는, 라면만큼이나 간단한 스파게티다.


요리를 하느니 차라리 잠을 자겠다고 생각을 하는 편이다.

음식 만드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에너지를 줄여서

청정 에코시스템을 이루고야 말 거라는...


왜 사냐 건 고개를 돌리지요...


그래서 물만두도 자주 해 먹는다.

냉동만두 사다가 잠깐 끓이기만 하면 또 끝이라서

게으른 나하고 궁합이 잘 맞는다.

가끔 '올드보이'가 되는 느낌이지만, 이미 올드하니까 패스...


조금 더 몸을 놀려야겠다 싶으면 꽁치 찌개를 한다.

통조림 한 캔에 고추장, 양파,

다진 마늘, 소금까지 넣는 수고를 해야 한다.


찌개라고 하니까 언뜻 요리 같지만 재료를 잘 보면

양파 말고는 다 파는 거 수저로 떠 넣기만 하면 된다.

최소한의 동작으로 끝을 볼 수 있다.


한때는 두부, 감자에 생강, 고추, 파까지 넣기도 했지만

그런 것들 안 먹어도 안 죽는다는 걸 깨우친 이후로는

쓰러져가는 지구를 위해 소박하게 살기로 했다.


하여간 약간의 수고로 몇 끼를 때울 수 있는 반찬이 되니까

노력 대비 결과가 매우 바람직한 음식이다.


배로 들어가는 것들은 다 부질없어...


뭘 언제 어떻게 먹을까는 언제나 고민이다.

꼼지락거리며 누워있어도

끼니 때는 어김없이 찾아와 배가 고프다.


냉장고에 있는 몇 개의 차가운 반찬을 꺼내

배를 채우고 있으면

먹어야만 하는 짐승으로 사는 건

슬픈 일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먹지 않아도 살 수 있다면 무척 편할 거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다.


뭔가를 하고 있어도 끼니처럼 김아중 생각이 난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난 그게 어쩐지 서글프기만 하다.

생각이 없다면 편할지도 모르겠다.

어쩔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