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 관련 미국 드라마를 보다 보면 가끔 내 전공과 관련된
매우 기초적인 내용이 슬쩍 나올 때가 있다.
그런데 대단치도 않은 사실을 심각한 표정으로 배우들이 말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작가가 뻥치고 있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들게 된다.
작가가 뻥치고 있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들게 된다.
그리고 그걸로 미루어 생각해보면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다른 전공 분야들 역시 깊이 있는 내용은 아닐 것 같고
모르긴 해도 어쩌면 살짝 왜곡된 사실도 있을 거라는 의심이 든다.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다른 전공 분야들 역시 깊이 있는 내용은 아닐 것 같고
모르긴 해도 어쩌면 살짝 왜곡된 사실도 있을 거라는 의심이 든다.
그래서인지 나는 전문직이나 그와 관련된 상황을 자세히 다루는
드라마나 영화에 대해서 근본적인 반감 같은 것이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 대해서 근본적인 반감 같은 것이 있다.
전문직을 가진 인물의 일상적인 삶을 보여줄 때는 거부감이 없는데
직업 자체에 초점을 맞춰 전문 용어가 줄줄이 이어지는 상황이 되면
연기의 자연스러움이나 부자연스러움을 떠나
가짜 인생이 가짜 대사를 암송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보기가 싫어진다.
직업 자체에 초점을 맞춰 전문 용어가 줄줄이 이어지는 상황이 되면
연기의 자연스러움이나 부자연스러움을 떠나
가짜 인생이 가짜 대사를 암송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보기가 싫어진다.
전공자가 아닌 작가, 감독, 배우가 만들어내는 전문직 드라마.
셋 중 어느 누구도 경험한 적 없었을 특수 상황.
이런 때 일반적인 드라마보다 더 가짜라는 느낌을 받는다.
셋 중 어느 누구도 경험한 적 없었을 특수 상황.
이런 때 일반적인 드라마보다 더 가짜라는 느낌을 받는다.
어차피 영화나 드라마는 상상의 산물이고
SF 영화도 좋아하며 보는 마당에 어떤 것은 받아들여지고
어느 것은 안 되는지 내 기준이나 취향이 모호하기는 하다.
SF 영화도 좋아하며 보는 마당에 어떤 것은 받아들여지고
어느 것은 안 되는지 내 기준이나 취향이 모호하기는 하다.
생소한 병명의 환자나 의학 전문 용어, 수술에 대한 설명,
전문 대역이 확실한 요리사의 능수능란한 칼놀림,
악기를 연주할 때 클로즈업되는 손가락 움직임이나 표정, 등은
아, 이건 영화였지, 아, 저건 좀 ... 하며 깨어나는 순간이지만,
전문 대역이 확실한 요리사의 능수능란한 칼놀림,
악기를 연주할 때 클로즈업되는 손가락 움직임이나 표정, 등은
아, 이건 영화였지, 아, 저건 좀 ... 하며 깨어나는 순간이지만,
누구나 할 수 있거나 겪는 일상적인 행동들,
밥을 먹거나, 알까기를 하거나, 하늘을 보거나, 사랑, 키스신,
또는 그 너머의 장면에서는 좀처럼 깨어나질 못한다... 음...
밥을 먹거나, 알까기를 하거나, 하늘을 보거나, 사랑, 키스신,
또는 그 너머의 장면에서는 좀처럼 깨어나질 못한다... 음...
덧붙여 내가 기피하는 또 다른 것이 있는데
바로 심신이 건강한 배우의 장애인 연기다.
오래전 화제가 되었던 영화 '나의 왼발'에서
주연 배우는 그럴듯한 뇌성마비 연기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까지 받았지만,
나는 배우가 흉내를 내고 있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아서 보는 내내 어색하기만 했다.
그래서 서번트 증후군이 소재였던 '레인 맨'이나,
'오아시스', '말아톤' 같은 장애인 소재 영화는 아예 제쳐 두었던 반면에
'오아시스', '말아톤' 같은 장애인 소재 영화는 아예 제쳐 두었던 반면에
주연 배우가 실제로 다운 증후군 환자였던 '제8요일'은
아무 거부감 없이 차분히 몰입할 수 있었고 또 감동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아무 거부감 없이 차분히 몰입할 수 있었고 또 감동적이었던 기억이 난다.
결국 내가 보지 않는 영화란
배우가 직접 체험할 수 없어서 배역의 감정이나 행동을 정확히 알 수 없을 영화쯤으로
얼버무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배우들이 총알을 주고받으며 피를 튀기는 영화도 태연히 볼 수 있는 걸 보면
내 개인적 성향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배우가 직접 체험할 수 없어서 배역의 감정이나 행동을 정확히 알 수 없을 영화쯤으로
얼버무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배우들이 총알을 주고받으며 피를 튀기는 영화도 태연히 볼 수 있는 걸 보면
내 개인적 성향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요즘 우리나라엔 장애를 가진 의사를
멀쩡한 배우가 연기하는 의학 드라마가 방영 중이다.
잊을만하면 나타나는 게 의학 드라마지만
이번 것은 내가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두 부류의 조합이다.
나 같은 얼빠도 있는 마당에 하늘 아래 이상할 건 전혀 없지만
사람들의 취향이란 정말 다양하고 짐작할 수가 없다.
그렇지만 그런 최악의 역을 만일 김아중이 한다면 어떻게 할까?
거기에 장황한 요리 과정과 현란한 악기 연주까지 곁들여
최악의 사중주를 완성한다면?ㅎㅎ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당연히 본다.ㅎㅎ
단언컨대 보고야 말 거고
짐작건대 최고의 드라마가 될 거다.
혼자 생각에도 어이없는 이중 잣대다.
그런데 도대체 드라마를 찍어야 말이지...
(사진 출처: KBS 2009년 4, 5, 6월 수목 드라마 '그저 바라보다가' 12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