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 12일 금요일
김아중 목소리는 바이올린 느낌이 난다.
'나의 PS 파트너'를 보고 나서 얼마 후에
김아중의 'Show Me Your Heart'를 내려받아 차에서 들었었는데
아내와 같이 움직일 때면 노래가 나올까 봐 항상 조마조마하면서도
(그냥 볼 때는 몰랐는데 캡처하면서 보니까 '삐삐' 분장이 심히 귀엽다.ㅋㅋ)
한편으로는 과연 아내가 그게 김아중 노래인지 듣고 알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궁금해서 언제쯤 자연스럽게 노래가 나올지 기다려지기도 했다.
김아중에 관한 한 좋아하는 것을 감추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마음껏 드러내고 싶은 이율배반적 성향이 내겐 존재한다.
하여간 그 노래는 영화에선 마지막 부분에 한 번 나오는 것이고
그때는 영화 본 지도 두어 주 지났던 때라서 무심코 영화를 봤다면
그게 누구 노래인지 알거나 기억해내기가 쉽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노래가 나왔는데
거의 첫 소절이 끝나기도 전에
아내는 대뜸 저건 또 어디서 났느냐며 웃었다.
아, 아는구나...
뜨끔하기도 하고 이제 내놓고 들어도 되겠다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그만큼 김아중 목소리는 특색이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뿌듯하기도 했다.
별것이 다 뿌듯하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난 그 순간 분명 뿌듯했다.
가끔 TV 채널을 돌리다가 요즘 나오는 여자 가수들의 노래를
잠깐 멈춰 들어보면 대부분 곱고 맑기는 하지만
고음 부분에선 앵앵거린다고 할 수밖에 없이
무미하고 밍밍한 목소리들이 참 많다.
눈을 감고 누구의 노래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들으면
누가 누구인지 구별이 되지 않을 만큼 특색이 없는데
너무 특이해도 곤란하지만, 너무 평범해도 가수로서의 매력이 없다.
물론 목소리에 대한 호불호는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대부분 분홍색을 좋아하느냐 초록색을 좋아하느냐처럼
객관적으로 비교 평가할 수 없는 주관적인 문제다.
내게 김아중의 목소리는 자기만의 색과 느낌이 있는 목소리다.
어련하겠느냐고 하겠지만
맑고 고운 것은 물론 딱 내가 원하는 만큼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독특함이 있다.
목소리를 분석해서 그 느낌을 말로 표현할 능력이 내게 없어서 무척 아쉬운데
김아중 목소리에서 난 언제나 바이올린을 떠올린다.
곱고 매끄럽게 쭉 뻗어 나가는 바탕음 위에 살짝 얹혀있는 비음이
부드러우면서도 절묘하게 마음을 어지럽힌다.
음식으로 치자면 술 마신 다음 날의 콩나물국이나 북엇국처럼
맑고 시원하면서도 은근히 감칠맛이 난다고 할 수 있는데
설렁탕이나 순댓국이라고는 결코 할 수 없다.
내 귀에 좋은 목소리와 내 입맛에 맞는 음식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유대 관계가 있는 모양이다.
뭐 다른 가수들도 그런 경우가 있다고?
당연히 내 알 바 아니다.
아내도 다른 가수들은 누가 누군지 전혀 모른다.
김아중만은 딱하고 아는 거다.
그러니 내가 좋지...
난 얼굴도 목소리도 그냥 김아중이다.
(사진 출처: KBS 2009년 4, 5, 6월 수목 드라마 '그저 바라보다가' 12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