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6일 수요일
김아중이 아프리카로 간다.
얼마 전 김아중이 아프리카로 자원봉사를 갈 거라는 소식을 들었다.
롤러코스터를 탄 듯 철렁하면서 헐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다음 작품은 언제일까 하며 매일 버티고 있는데 봉사라니.
차기작은 또 아니구나...
그렇다고 뒤통수 맞은 배신감 같은 건 아니고...
뭐랄까 넋 놓고 가는데 삐끗해서 무안하고 어이없는 웃음이 나오는 느낌.
남 봉사하러 간다는데 내가 왜 이러냐 하는 생각.
다 내려놓으면 편할 거 같다는 생각.
온갖 잡다한 생각들이 밀려왔다 밀려갔다.
3월 11일 출국. 10일 일정. 라이베리아.
남이 보면 아무 문제 없다.
잠시 다녀오는 거다.
좋은 일 하러 가는데 봉사의 봉 자도 모르는 내가 뭐라 할 일은 아니지만
나는 그냥 어떤 이유로든 김아중이 우리나라를 떠나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일단 알 수 없이 허전하고 싫다.
그리고 이 막연한 허전함에 안쓰러움이 더해지는 이유는,
그래서 이 봉사 일정이 도통 맘에 들지 않는 이유는
봉사 장소가 아프리카이기 때문이다.
내가 일본이나 중국이나 유럽, 미국이면 이렇지는 않을 거라는 거다.
아프리카.
이름만으로도 뜨거운 기운이 숨을 턱턱 막는 곳.
낯선 사람을 보면 동네 개들 대신 동네 사자들이 짖어댈 것만 같은 곳.
내게 세상 모든 나라를 돌아다닐 수 있는 여유가 생겨
세상 모든 나라를 돌아다니다가 맨 마지막에 이르러
시간도 남는데 여기라도 갈까 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됐네 하고 돌아설 아프리카.
내겐 그렇게 낯설고 먼 곳으로 김아중이 간다.
한 때 동물의 천국이었지만 이젠 동물이 사라지는 대륙.
내 자식이라면 봉사고 뭐고 다 때려치우라고
핑곗김에 손 꼭 잡으며 한 서너 번은 족히 말렸을 장소로
소중한 김아중이 간다.
우리의 하나뿐인 김아중이 간다.
좋은 일 하러 간다는데 내 마음은 왜 이런지.
왜 휑하게 뭔가 쓸고 지나가는 느낌이 드는 건지.
주사를 맞을 때보다 기다릴 때가 더 떨리는 법이라서
막상 김아중이 아프리카로 가고 나면 괜찮을지도 모른다.
10일은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아마 지나갈 거다.
거기도 다 사람 사는 곳이고
무사하게 건강하게 지내다 웃으며 나타날 거다.
그래도
이 모든 것이 또 다른 추억이 되는 날이 오기 전까지는
'김아중 파이팅!'이다.
(사진 출처: KBS 2009년 4, 5, 6월 수목 드라마 '그저 바라보다가' 12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