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아놀드 슈왈제네거를 좋아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아놀드는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절대 죽을 일 없는 사람처럼 보였죠.
액션인데도 숨죽이거나 웅크리며 볼 필요가 전혀 없는
맘이 탁 놓이는 주인공이었어요.
편안하게 액션을 볼 수 있는 점이 좋았죠.
이제는 할아버지라 편안...
나는 왜 김아중이 좋은가?
뒹굴 때마다 이유를 수없이 고민해보지만
요즘 발견한 이유는 이거예요.
편안하다는 거.
아놀드 같은 근육질 배우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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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편안해요.
예뻐서...

어떤 상황에서도 예쁘죠.
아놀드 영화를 보기 전에
'주인공이 다치면 어떻게 하지?'
같은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듯
김아중 영화를 보기 전에
'주인공이 안 예쁘면 어떻게 하지?'
같은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겁니다.
그런 걱정을 누가 하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저 같은 얼빠한텐 신경 쓰이는 문제예요.
영화를 보는 목적 중의 하나가 예쁜 사람을 보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주인공이 평범하면 심란하죠.
뛰쳐나갈 수도 없고.
아니 애초에 왜 예쁜 사람을 그렇게 보려고 하느냐?
아름다운 풍경을 보려는 심리 같은 거예요.
아름다운 풍경에 감동하듯 예쁜 사람에게선 충격을 받지요.
헉! 하고 놀라지만, 티를 내지 않을 뿐입니다.
그래서 제 경우엔 주인공이 평범하면
아쉬움이 드는 걸 어쩔 수 없어요.
미지근한 맥주처럼 영 섭섭하게 되는 겁니다.
단풍 보러 갔는데 아직이면 좀 그렇잖아요.
하여간 영화든 뭐든 예쁜 사람을 보고 싶다는,
다소 곤란하고 어이없을지 모르는 이유로 해서
저는 김아중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가 좋아요.
아름다움에 관한 한 걱정할 게 없으니 편안해요.
아, 드디어 알찬 영화 좀 보겠구나...
그런 생각이 드는 거죠.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관에 들어가
편안한 자세로 마음을 탁 내려놓으면
김아중이 눈을 편안하게 해주는 거예요.
이래도 되나 싶은 편안함이,
사치스럽기까지 한 편안함이
두루두루 몸과 마음을 포근히 감싸는 겁니다.
스크린 속 김아중을 보고만 있으면 돼요.
명상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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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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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에는 불멍, ... 영화관엔 아중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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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같은 예쁨이 두 눈으로 막 쏟아져 들어와...
미친... ...

아름다움으로 나를 편안하게 하는 배우,
한없이 멍 때리게 하는 배우.
세상에 딱 한 명.
(사진 출처: 2019년 9월 11일 개봉 '나쁜 녀석들 : 더 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