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3일 화요일

김아중 그리고 아중멍




배우 아놀드 슈왈제네거를 좋아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아놀드는 어떤 상황에 놓이더라도

절대 죽을 일 없는 사람처럼 보였죠.

액션인데도 숨죽이거나 웅크리며 볼 필요가 전혀 없는

맘이 탁 놓이는 주인공이었어요.

편안하게 액션을 볼 수 있는 점이 좋았죠.


이제는 할아버지라 편안...


나는 왜 김아중이 좋은가?

뒹굴 때마다 이유를 수없이 고민해보지만

요즘 발견한 이유는 이거예요.

편안하다는 거.


아놀드 같은 근육질 배우도 아닌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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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편안해요.



예뻐서...    



어떤 상황에서도 예쁘죠.


아놀드 영화를 보기 전에

'주인공이 다치면 어떻게 하지?'

같은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듯


김아중 영화를 보기 전에

'주인공이 안 예쁘면 어떻게 하지?'

같은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겁니다.


그런 걱정을 누가 하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저 같은 얼빠한텐 신경 쓰이는 문제예요.


영화를 보는 목적 중의 하나가 예쁜 사람을 보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주인공이 평범하면 심란하죠.

뛰쳐나갈 수도 없고.


아니 애초에 왜 예쁜 사람을 그렇게 보려고 하느냐?

아름다운 풍경을 보려는 심리 같은 거예요.


아름다운 풍경에 감동하듯 예쁜 사람에게선 충격을 받지요.

헉! 하고 놀라지만, 티를 내지 않을 뿐입니다.


그래서 제 경우엔 주인공이 평범하면

아쉬움이 드는 걸 어쩔 수 없어요.

미지근한 맥주처럼 영 섭섭하게 되는 겁니다.

단풍 보러 갔는데 아직이면 좀 그렇잖아요.


하여간 영화든 뭐든 예쁜 사람을 보고 싶다는,

다소 곤란하고 어이없을지 모르는 이유로 해서

저는 김아중이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가 좋아요.

아름다움에 관한 한 걱정할 게 없으니 편안해요.

아, 드디어 알찬 영화 좀 보겠구나...

그런 생각이 드는 거죠.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관에 들어가

편안한 자세로 마음을 탁 내려놓으면

김아중이 눈을 편안하게 해주는 거예요.

이래도 되나 싶은 편안함이,

사치스럽기까지 한 편안함이

두루두루 몸과 마음을 포근히 감싸는 겁니다.


스크린 속 김아중을 보고만 있으면 돼요.

명상하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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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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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에는 불멍, ... 영화관엔 아중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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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같은 예쁨이 두 눈으로 막 쏟아져 들어와...


미친... ...




아름다움으로 나를 편안하게 하는 배우,

한없이 멍 때리게 하는 배우.

세상에 딱 한 명.



(사진 출처: 2019년 9월 11일 개봉 '나쁜 녀석들 : 더 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