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1일 월요일
김아중 그리고 다시 본 '그저 바라보다가'
오랜만에 '그저 바라보다가'를 다시 봤습니다.
우연히 5회를 봤는데 잊고 지냈던 소소한 대사나 장면들이
기억에 새롭고 재밌었어요.
그래서 마음먹고 다 다시 봤죠.
첫 방영을 2009년에 했으니 어언 10년이나 지난 드라마가 됐습니다.
하지만 드라마 속 핸드폰 말고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네요.
그바보는 대체로 코믹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드라마지만,
지수와 강모 쪽 얘기는 다시 봐도 칙칙합니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이 드라마의 유일한 단점이에요.
극이 진행되면서 지수가 조금씩 동백을 배려하기 시작하면
묘하게 저도 동백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죠.
동시에 지수는 지수가 아니라 김아중으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차츰 환상이 시작돼요.
사실 저는 김아중이 나오면 어느 걸 봐도 어느 순간부터는
작품 속 인물과 김아중을 동일시하기는 하거든요.
근데 그바보는 그 정도가 아주 심하죠.
지수가 딱 김아중이에요.
.
... 나만 그런가?...
4회에서 지수는 동백에게 자신은 스크린 속의 여배우일 뿐이라고 당부를 합니다.
동백에 대한 연민을 억누르며 사무적이고 냉랭한 분위기를 만들죠.
물론 이뻐요... 무표정한 얼굴도...
하여간 그건 마치 김아중이 제게 던지는 말처럼 들리기도 했어요.
지금 지수를 연기하고 있는 거지 김아중 자신이 아니라고,
그러니까 맘대로 착각하며 꿈꾸지 말라고 말이죠.
'저어, 할아버지! 정신 좀 차려보세요. 정신!'
어깨 붙잡고 막 흔들다가 양쪽 뺨을 번갈아 짝짝 쳐대는 느낌으로다가...
.
.
에이, 설마... 김아중이 그러겠어...
문제는 지수가 참 예쁘게도 나온다는 거예요.
시도 때도 없이 김아중이 등장하는데 시도 때도 없이 예쁩니다.
쌀쌀하거나 살갑거나 웃거나 울거나
지수든 김아중이든 장면마다 참 예쁘게 나와요.
정신 차리고 둘을 구분한다는 건 대충 불가능해집니다.
아무리 뺨을 처맞는다고 해도...
.
.
돌아보면,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제가 김아중 팬으로 살기를 선택한 게 아니었죠.
팬의 삶을 받아들인 겁니다.
불가항력이었어요.
시간 참 빠르죠.
화면 속 김아중은 기억 그대로 웃고 있는데...
그때 드라마를 두세 개만 더 할 수 있었더라면...
.
지나가는 시간이 자꾸 아쉽네요.
(사진 출처: KBS 2009년 4, 5, 6월 수목 드라마 '그저 바라보다가' 13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