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중간 힘에 부쳐서 쉴 때, 저는 뭐를 좀 먹으며 쉬는 편입니다.
초콜릿 같은 걸 먹으면 덜 심심해요.
이동식이니 행동식이니 하며 거창하게 부르기도 하는데
군것질을 합리화하기 위해 다들 애쓰는 듯합니다.
내키는 대로 그냥 먹으면 되는데 말이죠.
숨 돌리며 가만히 초콜릿을 까먹고 있으면
애써 소모한 칼로리보다 더 채우는 게 아닌가 싶어 허무합니다.
저질 체력이라 고개 하나 넘으면 쉬며 먹고, 밥은 밥대로 먹고...
살을 빼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조그만 초콜릿 하나 먹는 게
체력 회복에 얼마나 실질적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지만,
정신적으로는 뭔가 대단한 에너지라도 얻는 기분이 들면서
다시 움직일만해 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김아중 사진은 바로 그런 초콜릿 같아요.
살면서 지칠 땐 쉬면서 김아중 사진을 봐줘야 합니다.
할 일 없는 할배가 뭐 그리 지칠 게 있겠냐 싶겠지만,
있죠.
김아중 작품 기다리기.
알다시피 사람의 인내심을 극한으로 몰아댑니다.
산으로 치면 에베레스트 등반을 매일 한다고 봐야죠.
김아중 팬이 되는 순간 셰르파 자동 취업, 투잡 뛰는 겁니다.
끈기, 극기, 등 저하고는 좀 거리가 있는 것들에 몸을 맡겨야 하죠.
정신적으로 삶이 피폐해져요.
하지만 기다리다 기다리다
난 이제 틀렸어. 끝인 거 같아.
싶을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는 거예요.
초콜릿을 누가 등산하다 힘들 때만 먹나요?
평소에도 뒹굴며 먹는 거지.
기다리다 대충 아무 때나 사진이든 영상이든 보면 되는 겁니다.
심심하면 초콜릿 먹듯 내키면 자꾸 보는 거예요.
누가 뭐랄 거야. 내가 보겠다는데...
일코 따위.
보면 되는 거잖아요?
떳떳하게.
아무 때든.
아무도 없을 때...

지난 사진이나 영상이 뭐 도움이 되랴 할지 모르지만,
됩니다.
기운이 나요.
다들 그러겠지만, 사실 매일 봐요.
매일 다시 기운을 차리는 겁니다.
그만큼 팬질이 고되다는 방증일 수도 있지만요.
인간극장 어느 셰르파의 눈물...
동네 어귀에서 우연히 백발의 할아버지 셰르파 한 분을 만났습니다.
나마스테. 어디 가시나 봐요.
아, 오늘 마나슬루...
힘들지 않으세요?
뭐 매일 다니는데 힘들 거 있나. 김밥을 갖고 다녀.
이런 일 하신 지 오래되셨나 봐요.
아니 얼마 안 됐어. 한 10년? 밥술이나 먹을까 했는데 폭삭 늙어버렸지. ㅎㅎ
할아버지는 웃었지만,
고개를 들어 멀리 에베레스트 영봉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녹록지 않은 애환의 눈물이 어른거렸습니다.
매일 다시 기다리고 매일 다시 시작하는 거예요.
그래. 난 기다릴 수 있어.
팬질 계속하는 거야...
저처럼 심신이 부실한 할배가 여태껏 팬을 할 수 있는 건
인삼 녹용 때문이 아니에요.
평소에 김아중 사진으로 허기진 마음을 채우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봐도 다 채울 순 없지만.
저기요, 근데 누구 맘대로 계속하신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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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_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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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중의 새 작품을 보는 게 정상에 도달한 희열이라면
지나간 사진이나 영상들은 작은 초콜릿처럼 소소한 행복입니다.
(김아중 사진 출처: A+G 엣지 : CJmall: http://display.cjmall.com/,
이모티콘 출처: 인터넷 여기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