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9일 수요일

김아중 그리고 내가 아는 김아중


간결한 문장과 평범한 단어 몇 개로 

독자를 허구의 세계로 인도하는 소설가들을 보면 부럽습니다.


몇 마디의 암시나 장치를 해놓으면 독자가 자신의 의도대로

상상하고 끌려올 것을 예측한다는 점이 대단하게 느껴져요.


그런 면은 마술사들도 비슷합니다.

몇 가지 손기술과 동작으로 관객을 착각에 빠뜨리니까요.


상대방이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하고 계획하는 건

사람의 심리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가능할 겁니다.

누구나 쉽게 가질 수 있는 능력은 아니겠죠.


그래서 또 새삼스럽지만, 김아중의 연기가 놀랍습니다.

자신의 표정이나 동작이 관객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킬지

정확히 예측하니까요.

낯간지럽지만, 감정 커뮤니케이션의 마술사라고나 할까...


그런데 그 연기 모두를 계산된 거라고 할 수 있을까요?

너무 자연스럽잖아요.

그 순간엔 김아중이 그냥 극 중 인물 자체로 보이거든요.


연기에는 배우의 실제 모습이 얼마간이라도 투영될 거로 저는 봅니다.

단 0.1%라도 말이죠.

김아중처럼 극 중 인물과의 일체감이 높은 경우엔

특히 더 그러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하는 얘긴데

김아중이 이제까지 연기했던 모든 인물을 조금씩 합치고 합치면

실제 김아중에 근접할 것 같더라는 겁니다.

이 드라마에서 조금, 저 영화에선 왕창, 뭐 그런 식으로요.

.

... 뒹굴다 보면 그런 쓸데없는 생각들이 막 나요...


제가 김아중과 눈도 마주친 적 없으면서

마치 오랜 시간 알고 지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는

바로 그런 걸 겁니다.

제 무의식 속에서 합치고 합친 김아중을 제가 아는 거죠.

그리고 그렇게 아는 김아중이 실제와 같을 거로 믿는 겁니다.

사실 인사나 가끔 나누는 옆집 아저씨보다는 훨씬 더 실제 같죠.


팬 10년이니까...


... 착각은 자유.


하지만 연기하는 김아중으로만 이루어진 합체 이미지는 약간 부족합니다.

실체라기엔 너무 이쁘죠.

비현실적인 신화의 영역이에요.

그래서 인터뷰하는 실존적 김아중이 필요합니다.

이미지에 현실성을 보강하는 거죠.


묘한 건 연기하는 김아중을 보든, 인터뷰하는 현실적인 김아중을 보든

저는 차이를 잘 못 느끼겠다는 겁니다.

그 모두가 저한테는 같은 김아중이고

그 모두가 그저 새로운 배역처럼 보이기도 하거든요.


그래도 어쨌든 이 모두를 합쳐야만

제가 환상을 깨고 진정한 김아중의 참모습을

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죠.



대체 알아서 뭐 하려고...


드라마 김아중에 인터뷰 김아중을 얹어 합체하는 겁니다.

사실일지 아닐지 나도 모르는 이미지와 사실적 이미지의 합체.


어렵지 않아요.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간단하죠.


지~~잉.

철컥.

쉬~익.

슈우우~~


두둥.

어둠 속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 ... ...

.

.

.

.





'누구였을까. 낮고도 느린 목소리.

은은한 향내에 싸여. 고요하게 사라지는 흰 옷자락.

부드러운 노래 남기는. 누구였을까. 이 한밤중에.'


- 이진명 - '밤에 용서라는 말을 들었다.' 중에서


뭘 어떻게 해도 이뻐...

상상 속 내가 아는 김아중.



(사진 출처: A+G 엣지 : CJmall: http://display.cjma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