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26일 금요일

김아중 그리고 내 친구들



전에는 친했지만 이제 어쩌다 기억만 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멀리 떨어져 지내다 차츰 연락이 끊긴 거죠.


얼마 전까지 저는 제가 무심하게 그들을 잊은 사실이 미안했습니다.

가끔 나 자신의 얄팍함이 한심하게 여겨지기도 했지요.

오래 안 봤다고 젊은 시절의 우정을 잊어버렸으니까요.


그러다 갑자기 깨달았어요.

그들도 나를 잊은 거라는 사실을 말이죠.


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거나 혹은

누구 탓을 하거나 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정신없이 살다 보니 어쩌다 서로를 잊어버렸고

이렇게 되도록 무심히 지나친 세월이 안타까울 뿐이었죠.


허전하고 씁쓸했어요.

내가 잊힌 존재라는 사실이 말입니다.


보니까 친구 관계가 유지되려면 공통 관심사가 필요합니다.

젊어서는 이런저런 호기심에 많은 것을 같이 할 수 있지만

나이 들어 사는 곳이 멀어지고 관심사가 달라지면

덜 만나게 되고 그러면 차츰 멀어지더군요.


전에 같이 사진 좋아하던 친구들은 어쩐 일인지 이제 아무도 사진 안 찍어요.

만나면 인간적으로는 반갑고 좋지만 할 얘기가 없죠.


솔직히 나도 이제 사진 얘기를 하고 싶진 않습니다.

정치니, 건강이니, 자식이니 그런 것도 재미없어요.

난 이제 누굴 만나면 다 관두고 김아중 얘기를 하고 싶어요.


여주인공이 사라져버린 우리나라 영화의 참담한 현실을 성토하고

여배우들의 고충에 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누다가

슬그머니 김아중 이름을 흘려보고 싶은 겁니다.






야, 니가 김아중 이쁜 걸 알어? 모르면 말을 하지 마, 인마.

난 한복이 그렇게 이쁜 건 줄 처음 알았다야.







하지만 실제로는 영화의 'ㅇ'자도 꺼낸 적이 없죠.

물론, 당연히 'ㄱ' 자도 꺼낸 적이 없어요.


내겐 너무 먼,

부를 수 없는 이름...

하지만 그 이름 말고는 하고 싶은 얘기가 없죠... 또르르.


문젭니다.

심각한 문제예요.

관심사가 다르니 제 교우 관계가 다 박살 나는 거예요.

김아중 때문에...


그러다 또 이런 생각이 슬며시 들기도 합니다.

친구들도 사실은 김아중 얘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닐까?

나처럼...


걔들도 사람이니까...




(사진 출처: 킹 엔터 네이버 포스트 http://naver.me/GTTIafdD)
(한복 사진 출처: 인터넷 여기저기. 기억이 안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