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6일 목요일

김아중을 지켜보니까


예전 회사 동료와 지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네들이 기억하는 과거의 내 모습 가운데에는

나로서는 잘 기억도 나지 않는 것들이 있어서 놀랐던 적이 있다.

더구나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내 모습이

마치 나의 전부였던 것처럼 비치는 것도 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남이 나의 어떤 면을 보는가는 내가 알 수 없는 문제다.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던지는 말 한마디,

습관처럼 반복하는 일상적인 행동 속에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내 모습이 드러나고

상대는 그 가운데 어느 한 모습을 기억하게 된다.

그것이 내 전부는 아니겠지만 일부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나 역시 그런 식으로 남을 인식할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타인은 상대가 원했던 모습이거나

또는 그렇지 않은 어느 한 일면에 불과할 수 있는 것이라서

내 기억 속의 타인이 얼마나 실체에 가까운지는 나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비록 우리가 상대를 단편적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고 해도

오래 지켜보면서 그 단편적인 정보를 축적할 수 있다면

비교적 실체에 접근할 수 있을 거다.


마치 한 장의 풍경화가 바위나 산, 나무 등 여러 가지 것들로 구성되듯이,

퍼즐 조각들이 모여 전체가 되듯이

타인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은 그렇게 완성될 거다.


물어본 사람은 없지만 본론을 말하자면

내가 지금까지 김아중을 직접 본 적도 없이

비록 물에 떠있는 달 보듯 본 것이 전부고

내가 아는 정보나 지식이란 전부 단편적 조각들에 불과하지만


이렇게 수년간 시답잖은 팬 노릇을 하며 종종 느낀 바는

김아중은 그 조각들이 전체적으로 튀지 않는 사람이라는 거다.


늘어놓자면 한이 없겠지만

내 보기에 김아중은 적당히 착하고 적당히 셈을 하며

남에게 피해 주는 것을 싫어한다.


때로는 차분하고 때로는 소탈하며

때로는 감정을 감추고 때로는 감정을 드러내기도 하는,

단편적인 사실들만 보자면

매우 평범한 딱 나 같은 보통 사람이다.


여배우라는 직업적인 특별함만 없다면

나와 다르지 않은 이 인간적인 평범함이 적어도 내게는 친근함을 유발하고

둘러보면 내 주변에도 많이 있을 것만 같은 사람인데


따로 떼어놓고 보면 평범한 작은 돌이나 나뭇잎들이

오후의 늦은 햇살을 받으면

서로 어울려 황홀한 숲의 경관을 연출하는 것처럼


김아중이 언뜻언뜻 보여주는 세심한 배려심과 마음 씀씀이가

이 평범한 속성들을 아우르며 빛을 발하고 있어서

사실은 주위에서 그렇게 쉽게 발견할 수 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저런 사람 옆에 있으면 대개 편안한 법이고

주위에 있다면 오래 머물며 친구 하고 싶을 텐데

난 뭐 본 적도 없으니 패스...


거기에 맑게 웃는 얼굴, 말없이 쓸어올리는 머리카락,

조심스럽지만 결코 주눅이 들지 않는 걸음걸이,

겸손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말,

여배우로서의 자존심과 당당함, 고집.


이쯤 되면 나로서는 친구 하기는 좀 어렵고

다른 건 내가 다 모른다고 해도

나 같은 사람은 팬이라도 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하여간 팬이라서 이런다고 할 수도 있으나

내가 지켜본 바로는 김아중은 알아갈수록 괜찮은 사람이다.

인간적으로.

배우로는 물론이고.


그리고 선한 사람을 목표로 사는 것 같아서 더 좋다.

그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는 사람도 너무 많은 세상에서 말이다.

그래서 계속 팬을 할 수 있는 거다.

어차피 난 얼빠이긴 하지만...



(사진 출처: KBS 2009년 4, 5, 6월 수목 드라마 '그저 바라보다가' 12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