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30일 목요일

김아중 그리고 언제나 내 편

 


우리 집 강아지는 보통 아내 옆에서 잠을 잤는데
요즘엔 제 옆에서도 잡니다.

왔다 갔다 해요.


이젠 내가 제 편이라는 믿음 비슷한 게 생긴 건지 
아니면 아내 말고는 방 안에 기댈 놈이 
달리 없으니까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택하는 
삶의 방식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쨌든 잘 걷지도 못 하면서 밤에 제 옆으로 오면 
애처롭기도 하고 강아지 밥을 차려주며 살아온 
제 고단한 삶이 인정받는 느낌이 들어요.

… 강아지한테 받는 인정 …


몇 달 전 김아중이 인스*그램에 팬들(triangle)이
보낸 커피차 사진과 함께 '언제나 내 편'이라는
설명을 적었습니다.

(저는 triangle과 관련이 없지만 보기 좋았어요.)

               (사진 출처: 인스타그램, @ashia_kim)



그걸 본 뒤론 왠지 저도 그런 게 있었는지 혹은 있는지
자꾸 생각하게 됩니다.

‘언제나 내 편’.
.
.
… 내 편 함부로 하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내 편이었느냐 …


내 편.

지금은 안 계시지만 부모님 이상으로 제 편인 사람은 
아마 없었겠죠.

따로 말하지 않았어도, 
굳이 제 편인 걸 증명할만한 무슨 일이 있지는 않았어도 
언제나 내 편일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크고 작은 의견 차이 정도는 물론 있었지만요.


부모님 다음으로는 아내가 내 편입니다. 

네 그렇죠. 

그런데... 그게 아무래도 ‘언제나’는 아닌 게 아니냐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강아지 같은 거예요.
왔다 갔다...


그러니까 김아중 문제만 해도 그래요.

그런 걸 무슨 문제라고. 할 수도 있지만
김아중에 관한 한 아내와 저 사이엔 같은 편 
먹었다고 하기엔 찜찜한 모종의 서먹함이 있어요.

‘언제나’ 내 편이라면 그럴 순 없는 거거든요.
이불 속처럼 언제든 편안하고 따뜻하고 막 그래야죠. 


결국 과거엔 부모님이 확실한 ‘언제나 내 편’이었지만
지금은 ‘언제나’를 붙일만한 사람이 있는지 
고개가 맥없이 갸우뚱해져요.


반대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나는 누군가의 ‘언제나 내 편’인가 하는.

일단 저는 부모로서 언제나 제 아이들 편이죠.
강아지 편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 외엔 확신이 없습니다.


어쩌면 아내는 내심 제가 ‘언제나’ 자기편일 거로 
여기고 있을 수도 있어요.

아내가 해주는 음식은 군말 없이 뭐든 잘 먹고
사다 주는 싸구려 옷은 투덜대면서도 잘 입고 다니니까요.


하지만, 김아중에 관한 한 아내가 제 편이 아니듯
김아중 아닌 배우들에 관한 한 저 역시 
아내 편일 수가 없… 다가는 식탁에서 쫓겨나…


그런데 이쯤에서 이런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어요.

나는 김아중의 ‘내 편’인가?
.
.
.
대체로 그렇지만 ‘언제나’는 아니었어요.

대체로 맑음에 가끔 흐림처럼 흐린 적이 있었죠.
두 번이나.


오랜 기간 팬이랍시고 블로그를 하면서도 
‘언제나 김아중 편’은 아니었던 겁니다.

종종 후회되고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미안하죠.


살면서 ‘언제나 내 편’인 누군가를 얻기도 누군가의 
‘언제나 내 편’이 되기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사람이 김아중한테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고 
느지막이 다시 반성해봅니다.
.
.
.
… ‘언제나 내 편’… … 말이 가슴을 찌르네요.



(사진 출처: 2019년 9월 11일 개봉 '나쁜 녀석들 : 더 무비')


2021년 10월 30일 토요일

김아중 그리고 비

 


아프리카 초원에 가뭄이 들면 
군데군데 남은 작은 물웅덩이에 온갖 동물들이 
모여들어 살아남기 위한 싸움을 벌인다는
동물 다큐멘터리를 전엔 자주 봤어요.

요즘엔 잘 안 봐서 모르겠고요.


언제나 결말은 '비가 온다.' 였어요.

저러다 코뿔소, 코끼리 다 죽는 거 아녀?
하는 생각으로 조바심이 극에 달할 때쯤,

계산된 편집이었겠지만, 폭우가 쏟아지고
초원엔 다시 나른한 평화가 왔죠.


엊그제 문득 김아중 팬들도 
참 비슷한 환경에 놓여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팬들'이라면 마치 남의 일 같지만 
사실은 제가 아프리카 가뭄 한가운데 
내동댕이쳐져 있는 거죠.


죽도록 안 내리는 비와 안 나오는 김아중,

얼마 안 남은 물웅덩이와 
보고 또 보는 드라마에 의지하는 생존의 의미,

언제고 다시 올 가뭄과 작품 뒤 반복되는 공백기...

아프리카 동물과 제가 다를 게 없어요.


문명의 안락한 삶을 누리고 있지만 
멀리서 바라본다면 저 역시 아프리카스러운 
삶의 환경 속에서 버둥대고 있었던 겁니다.


산다는 건 역시 다 그런 거구나,
덕질도 이런 치열한 야생의 맛이구나 하는
큰 깨달음을 또...


이제 수개월 내로 김아중의 '그리드'가 
방영될 거라고 합니다.

아프리카엔 결국 비가 오듯
우리도 결국 김아중을 보긴 보는 겁니다.


버티다 보면 아프리카든 어디든 
좋은 날도 오는 거죠.

언제일지 모를 뿐 모든 것엔 
대개 끝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저는 비를 좋아하지 않아서
비 오는 날엔 더욱 떳떳하게 집에서 뒹굴지만

왠지 김아중은 비 온다고 집에서 뒹굴다가 
잠이나 자고 일없이 부침개나 부쳐 먹고 
그럴 거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뻔뻔하게 그런다 해도 알 순 없지요.

하지만 '그리드'에서 김아중은 형사거든요.

형사가 비 온다고 집구석에만 있으면 
눈치 보일 테고 보기에도 좀 그렇잖아요.


차가운 밤비를 맞으며 집을 나서는 거죠.

... 누가?

핏빛 붉은 가죽 코트, 
총 한 자루를 가슴에 품은 형사 김아중이요.


두루룽~.

저음의 오토바이 소리와 함께 코트 자락을 날리며
김아중은 어두운 폭우 속으로 사라지고

연로한 아버지는 젖은 눈으로 배웅하시는 겁니다.


이윽고 
비 내리는 깜깜한 부둣가 희미한 주황색 가로등.

젖은 머리 아래 드러나는 우수에 찬 눈빛.

김아중은 어둠 속의 범인을 향해 
천천히 총을 겨누는데

그 순간 귓전을 맴도는 아버지의 애절한 목소리.
'나 무서워. 이러다가는 다~ 죽어...'
.
.
떨리는 총신에 흐르는 것은 빗물인가 눈물인가...


.
.
.
아, 김아중.
우리의 김아중...

이번엔 방아쇠 좀 만져보려나...


아프리카는 억수 같은 비로 항상 마무리하던데
김아중도 홍수 날 듯이 내리면 좋겠습니다.


(사진 출처: 에이스 팩토리 네이버 포스트 '김아중 7년 찐 우정 공개')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2291827&memberNo=44834478)


2021년 9월 23일 목요일

기억나는 모습들

 


가깝거나 가까웠던 사람들을 일없이 떠올려보면 
기억나는 특정 모습이나 시절이 있습니다.


가령 돌아가신 부모님이라 하면 
제가 대학 다닐 무렵의 모습이 주로 생각나죠.

예전에 살던 집 안방에서 웃으시던 모습,
저를 상대로 윷놀이를 하시던 모습.

그 이전이나 이후보다 그때가 많이 생각나요.


혼자 있을 때 아내를 생각해보면 지금보다는
연애 시절이나 신혼 즈음의 모습이 많이 떠오르죠.

퇴근 버스에 맞춰 시내 정거장에서 기다리던 아내.
그렇게 같이 저녁 먹고 영화 보고.

날 좋은 날 손 잡고 거닐던 신혼집 근처 언덕길.

그때는 제가 사진을 그렇게 찍어대도 
미소만 지었는데 말이죠.


우리 아이들은 이제 제 건강을 걱정해주는
아저씨들이 되어버렸지만

제 기억 속에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제가 안아 올릴 수 있었던 때의 모습입니다.

손잡고 놀이동산 걷던 때가 엊그제 같아요.


이제 나이 들어 잘 걷지도 못하는 우리 집 
강아지는 시도 때도 없이 인형을 물고 와서 
놀자며 짖곤 했지요.


어떤 이유로 그런 모습들이 떠오르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어요.

다만 그 당시 저 자신이나 기억의 대상 
적어도 한 쪽은 행복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 저랑 가까웠던 적도,
또 앞으로도 전혀 가까워질 리 없지만
이런 얘기에 빠지지 않아서 심히 괴로울 김아중은 
'미녀는 괴로워' 때의 모습이에요.

병원에서 몰래 빠져나왔을 때, 중고차 매장, 
백화점, 오디션 장면, 등등...


그때 김아중은 왜 그랬을까요?

왜 사람 가슴을 그렇게도 찢어놓았던 걸까요?

그 전후 각종 기사, CF 속 모습들도...
.
.
.

... 그때부터 물간 할배 하나가 팬이 되...


'미녀는 괴로워'의 김아중이 떠오르는 건
당시 내가 행복했기 때문일까? 싶기도 했지만
그건 뭐라고 단언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불행하지도 특별히 행복하지도 않았어요.
그냥 더없이 평범한 나날들이었지요.

하지만, 그런 평범함이 행복이다.
라고 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고

그때나 지금이나 김아중을 보는 순간엔
무슨 조화인지 항상 행복하니까 
영화를 보던 그 순간엔 틀림없이 행복했겠죠.

... 음, ... 애매...


반면 그때의 김아중은 행복했을까? 는 
정말 알 수 없는 문제입니다.

만나서 소꿉친구처럼 마주 앉아 속내를 물어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건 이 세상에 없죠.


그래도 짐작하기엔 영화의 성공으로 
대중적 인기가 치솟았으니 행복했을 거예요.

하지만 동시에 저처럼 실없는 팬도 생겼으니까
마음 한편이 심란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 실없는 팬 하나를 신경 쓸 리가...


그 시절 김아중이 생각나는 건 
누가 행복했느냐 와는 사실 별 관계가 없겠죠.

그건 행복의 문제라기보다는 김아중이 제게 가한 
충격의 강도에 관한 걸 겁니다.

연기, 목소리, 외모를 한데 모아 가한 뜨거운 충격.

김아중이라는 배우가 처음으로 마음 깊은 곳을 
뜨겁게 헤집어 놓은 선명한 기억이 원인일 거예요.

... 뭘 자꾸 뜨겁대...


기억의 형성 과정은 다를지 몰라도
기억 속 모습들은 저마다 아름답습니다.

새벽빛에 스러지는 그믐달처럼 희미하지만
그리운 얼굴들은 언제나 웃고 있어요.

그래서 더 애틋합니다.


어느새 다시 가을입니다.

시간은 지나가도 기억은 지나가지 않네요.



(사진출처:  ACE FACTORY 네이버 포스팅: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memberNo=44834478&volumeNo=32354396)

2021년 7월 21일 수요일

김아중 그리고 짧은 생각

 


- 모기 -


어스름한 저녁
아내와 늙은 강아지와
동네 공원 산책에 나섰다가
모기에 발을 물렸습니다.

새벽 잠결에 어렴풋이 
물린 데가 가렵습니다.

멀리 산에서 생활하는 사람,
수행하는 사람들은
더운 여름밤 
몰려드는 벌레들을 어떻게 할까요?


작은 모기 한 마리도 버거운 나는
아무래도 이렇게 도시에 살면서 
좋아하는 김아중이나 기다려야 합니다.

아무것도 내려놓지 못하고
하루가 지나도 먼 옛날 같은 시간 속에
김아중을 기다립니다.

기다림의 끝은 
새로운 기다림의 시작일 뿐이지만요.


- 청소 -


막 청소를 끝내고 나면
떨어진 머리카락 한 올도 눈에 거슬립니다.

집안일이란 끝도 없고 
돌아서면 다시 쌓입니다.

규칙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은
얼마나 부질없는지요.


세수를 하고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고. 

그렇게 
김아중을 봅니다.

... 돌아서면 다시 그리운...


(사진 출처: 2019년 9월 11일 개봉 '나쁜 녀석들 : 더 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