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31일 일요일

김아중 노래들



얼마 전 어머니께서 먼 곳으로 가셨다.
한 번 가면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거기는 지내기 편안한 곳일 거다.

다소 긴 시간 동안 조금씩 마음의 준비를 해오기는 했지만,
어머니 뵈러 다니던 저수지 길과
그 길 끝에서 외로이 반겨주시던 모습은 자꾸 생각이 나서
못난 마음을 아프게 한다.

길이란 참 이상하다.
자주 다닐 때는 모르다가 시간이 지나고 뜸해지면
길옆 풍경 하나하나가 그리워지고
다시 가보면 새로운 의미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무수히 듣던 김아중 노래들.
그들 역시 이제 가슴이 먹먹해지는 의미 하나씩을 갖게 됐다.

길이나 노래만 그런 건 아닐 거다.
'전에 ~하던' 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것들은
모두 하나같이 아름답고 쓸쓸하다.

생각해보면 산다는 건 오고 가는 것이고
그사이에 추억을 쌓는 일이 아닐까 싶다.


2015년 4월 24일 금요일

김아중 이름을 쓰면 설렌다.



사실은 김아중 이름 석 자를 어딘가 적어보고 싶어서

블로그를 시작했다는 말을 전에 한 것 같다.


처음엔 김아중 이름 석 자를 여기 적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렜다는 말도 전에 한 거 같고.


김아중을 검색했을 때 내가 작성한 글이 눈에 띄면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린다는 말은 했던가 말았던가...


블로그 한지도 몇 년 되다 보니

무슨 말을 했는지 가끔 헷갈리는데 뭐 어쨌든 그건 그렇고.

                                 (이건 하트일 거라는...)


어느 날 갑자기

이젠 김아중 이름을 쓰고 있어도 그냥 그런가?,

이제 그럴 때도 됐잖아? 싶기도 하더라는 거다.


그래서 자가 테스트...


아- 아- 

김아중, 김아중, 김아중, 

김. 아. 중,...


... 할배, 할배는 왜 맨날 반마리져?...

아니 아니...


아직 좀 많이 설레네...요...


블로그에 포스팅을 한다는 건

빨래 개고 쓸까? 아니면 쓰고 빨래 갤까? 처럼 

종종 나의 의무와 아내의 동선을 고려한 시간 안배와 

위험을 감수하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고

대체로 게임도 뒤로 하고 낮잠도 마다해야 하는 

고단한 일이기도 하다.


뭔가를 하려면 그 일을 하고 싶어 견딜 수 없을 때 하라는 

그런 요지의 말을 어디서 들었다.

하고자 하는 열망이 터져 나와 어찌할 도리가 없을 때 일을 하면

뭐든 잘해낼 수 있을 거란다.


과연...


참을 때까지 참은 뒤끝은 항상 더 강렬하고 시원하더라는...


어쨌든 그래서 나도 참을 때까지 참다가 쓰는 거라는...

그래도 소리도 없고...

그다지 더럽지도 않아...


하지만 재능이 없다면 열정만으로는 좀 아쉽다.


이 블로그가

김아중 이름 좀 써보겠다는 주체 못 할 열정으로 시작했지만,

이건 만나 보고 싶다든지, 사인 한 장 받고 싶다든지,

나는 원래 뼛속까지 여성 영화제가 당기는 사람이라든지 하는 

시답잖은 말이나 늘어놓는 망상의 블로그가 돼버린 것처럼.


그렇다고 인제 와서 고칠 재능도 없고...


'나도 김아중 파워 블로거',

'이 구역의 미친 할배는 나!'라고

어디 남부끄럽지 않게 내밀 수가 없는 거다.


나도 파워가 있었으면...

강아지가 통 말을 안 들어...


요즘처럼 삶이 더없이 밋밋하고 싱거울 때

나한텐 비타 500 한 병도 찔러주는 사람이 없고

아무리 둘러봐도 더는 가슴 뛰는 일이 없는 거 같을 때


재능은 없지만 이건 어쨌든 내 블로그니까

나는 참고 또 참다가 

김아중 이름을 여기 몰래 또 적어보는 거다.


아무에게도 해가 되지는 않을 테니까...

소리도 없는데 뭘...


김아중, 김아중, 김아중,


김. 아. 중...


두근두근 두근두근...


소리를 보는 할배...


일없이 설렌다.

봄이라 그런가?...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2013.12.18 개봉) 캡처)



2015년 1월 6일 화요일

아내도 변하지 않는다.


아내는 나 없는 6개월 동안 심심해서 집안 정리나 한다고 했었다.

돌아와 보니 자잘한 물건들을 이리저리 옮겨놓아 곤란해진 것들이 있다.

아내에겐 길가의 돌멩이보다 못한 것들이었겠지만,

내게는 가끔이라도 꼭 필요했던 것들이

어디로 갔는지 낡은 잡동사니 더미 속으로 파묻혀버린 거다.


다행히 특별히 숨겼다고 할 수는 없어도

매우 눈에 띄지 않을 장소에 있던 김아중 DVD들은

아무 건드린 흔적없이 제자리에 고이 놓여있어서

혼자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집은 말끔해졌지만 내가 손을 봐야 하는 것들도 있었다.

나 없어도 집은 대체로 멀쩡히 잘 돌아가지만

그래도 나의 손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일견 뿌듯하기도 했는데


한편으로는

너무 잘 정돈되어 있으면 내가 머쓱해 할까 봐,

그러니까 아직은 내게도 쓸모있는 구석이

어딘가 남아있다는 걸 인식시켜주기 위해서

아내가 나를 위한 작은 배려로 남겨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했다.


꿈보다 해몽이 좋은...


잘 끼우기만 하면 되는 세탁기 세제 통 손잡이,

물이 조금씩 새는 세면기 수도꼭지,

작동이 시원치 않은 변기 밸브 등

모두 대단한 고장은 아니지만 약간은 불편한

그런 자잘한 삐걱거림 몇 가지를 손보고 나니

생활은 어느덧 6개월 전과 거의 같아진 듯했다.


'펀치' 방영할 시간이 다가옴에 따라

닭고기 삶는 냄새를 맡은 강아지처럼

내가 속으로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아내는 놀랍게도 빙긋이 웃으며 다가와

'당신, 김아중 나오는 거 그거, 뭐지? 그거 봐야지.' 하며 내 옆에 앉았었다.


채널 돌리다가 내가 아무 드라마의 한 자락이라도 잠시 보고 있으면

'그거, 걔 나오는 거 그거 재방송이야?' 하고 어련하겠냐는 듯

하지만 약간의 의심이 담긴 목소리로 물어보는 것도 여전했고,


갑작스러운 물음에 놀라긴 했지만, 한껏 호기롭게 '아~ 니~' 하며

떳떳한 상황을 잠시 즐기는 나 자신도 여전했다.


아내에게 나는 여전히 김아중을 좋아하는 주책없는 사람이었고

그 사실은 아무래도 우리 집 강아지가

말을 하는 날이 온다고 해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아무 낌새도 내비치지 않은 6개월이었는데...

아내는 어째서 안 잊어버리는 건지...


이왕 이렇게 된 마당이라면 좀 더 진도를 나가도 되겠다는 생각에

'다시는 오지 못할 이 세상을 건너가'는 한 남자의 '핏빛' 심경으로

폰 벨 소리를 'Run The World'로 바꿀까도 했는데

급히 먹는 밥은 체할 수밖에 없다는 금언이 떠올라

'나의 절망에 빛이 되어준' 'Show Me Your Heart'로 일단 바꿔놓았다.


모든 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갔다.

6개월 동안의 이국 생활은

마치 동네 산책이라도 다녀온 것처럼 잠깐으로 느껴지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차츰 흐릿해진다.


나는 여전히 김아중을 꿈꾸며 이렇게 블로그를 하고

아내는 여전히 모든 걸 아는 듯 모르는 듯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의 미소를 지으며 모호한 표정이다.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진 출처: 2014년 12월 15일 ~ 현재 방영 중, SBS 월화 드라마 '펀치' 1회
                dcinside 김아중 갤러리 Vivien 캡처: http://a-vivien.tistory.com)




2014년 12월 22일 월요일

김아중은 복 받을 거다.


처음엔 한 2주 정도, 아니면

길어야 한 달 정도를 예상하고 왔던 미국에서

꼭 6개월을 지내다가 이제 돌아가게 됐다.


남들은 아니겠지만 나는 자꾸 '그저 바라보다가'가 생각난다.

잠깐일 줄 알았는데 뜻하지 않게 길어지고.

6개월이 그냥 휙 지나가기를 바라기도 했고.


그간 아내 없이 지내는 생활도 몸에 익고 동네도 익숙해져서

이곳이 마치 집인 것처럼 지낼만하다 싶게 되니까 다시

익숙하지만 조금은 낯설어진 진짜 집으로 돌아가게 됐다.

이제 집이란 아내가 있는 곳이다.


늘 그랬듯 끝날 때가 되어야 뒤를 돌아보게 된다.

지루하고 따분했던 날들은

지금까지와 별다를 바 없는 심란한 과거가 되겠지만

그게 바로 내가 그렇게나 바라던

한가함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어려서 이사하는 날이 다가오던 때처럼 서운하고,

마음 한편이 1kg짜리 쌀 한 봉지라도 매달아 놓은 듯 묵직한 것은

이제 두고 갈 사람이 안쓰러워서이지

아내의 감시 아래로 다시 들어가는 것이 막막해서는 아니... ...


남편의 의무, 자식의 의무,

강아지 돌보미의 의무 따위는 모두 한국에 남겨두고

부모의 의무만 지니고 홀가분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처음엔 몰랐지만 흔하지 않은 경험이었다.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보고 싶던 사람들도 만났고

추억이 깃든 장소들도 가보았지만

아내 없이 다니는 것은 어째 의욕이 나지 않아서

새로운 곳을 찾아다니거나 관광을 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 생활이 즐거웠다고는 결코 할 수 없다.


하여간 한가했지만 둘도 없이 따분했고

무얼 해도 대체로 신이 나지 않던 이곳에서

그나마 이렇게라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역시 또 김아중 덕분이었다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있다.


일본 팬 미팅 영상과 노래, '그저 바라보다가', '캐치 미', 그리고

현재 진행형인 '펀치'까지 김아중이 보여주는 무지갯빛 환상과

그 환상에 덧붙인 나의 더할 수 없이 칙칙한 망상들이

이 무료한 생활을 위로하고 온갖 스트레스를 견디게 해준 거다.


김아중은 먼 이국에서 대책 없이 쓰러질 뻔한 할배 하나를

본의 아니게 구한 셈인데

이참에 아주 쓰러지지 않은 걸 아쉬워할지도 모르지만, 난 참 다행이고

이렇게 김아중이랑 같은 시대에 살고 있는 걸 보면

내가 전생에 그렇게 나쁜 짓 하며 산 거 같지는 않다.


어쨌든 결론은 김아중에게 또 감사하다는 거다.

도움도 안 되게 매번 말로만 하는 감사지만, 종종 이모저모로 감사한 건 감사한 거다.

겁나게 예뻐서 감사하고, 근사한 연기가 감사하고, 열정적인 노래도 감사하고,

구해줘서 감사하고...

복 받을 거다.

(여기에 권총 한 자루만 차고 있으면 완벽한 킬러일 텐데.ㅎㅎ)




이제 '펀치' 보러 간다!! ㅋㅋ    





(사진 출처: 인터넷 여기저기. SBS 월화 드라마 '펀치' 제작 발표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