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18일 목요일

김아중 그리고 시시포스



새해가 된 지 벌써 보름 넘게 지났네요.

저는 새해라고 별로 달라진 게 없습니다.

그만큼 고칠 것 없이 바른 삶을 사는 증거라고 생각합...


새해에는 뭐 해야지 같은 결심을 해본 기억이 없어요.

담배를 안 피우니까 올해는 금연 해야지 뭐 그런 결심을 할 이유가 없고요,

초콜릿을 좋아하지만 그게 병이 될 정도는 아니니까 결심해서 줄일 필요도 없고요.


굳이 결심할 게 있다면 돈을 마구 벌어야지 정도인데

결심한다고 그게 맘대로 될 일이면 벌써 워런 버핏하고 국밥이라도 나누는 사이가 됐겠죠.

그러니까 그런 결심을 애써 할 필요는 없는 거고요.


아내 쪽에서는 뭔가 바뀌기를 내심 바라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12월 31일에서 하루 지났다고 사람이 달라진다면

혹은 달라질 수 있다면 그건 정말 이상한 일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나는 해가 바뀌어도 늘 이 모양...


마법처럼 늘 고만한 둥근 배와 몸무게,

몸에 밴 매너에서 드러나는 일상적 게으름...

사람이 한결같다는 건 칭찬일 거라고 믿습...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이고, 오늘의 내가 내일의 나.

오늘 뒹굴고 있다면 내일도 변함없이 뒹굴고 있을...


그래서 나는 해가 바뀌어도 여전히 김아중이 좋죠.

작년에도 그랬으니까.


근데 이건 내 맘대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면이 있어요.


새핸데 이참에 좋아하는 여배우나 확 바꿔봐?

뭐 그런다고 물건 바꾸듯 어떻게 될 게 아니잖아요.


아니 그렇게 바꿀 수 있는 거라 해도 근본적인 문제가 하나 있어요.


바꾸려면 맘에 드는 다른 배우를 먼저 정해야죠.

근데 여기가 좀 거시기한 대목이 되는 겁니다.

다들 알다시피 여배우는 하나뿐이잖아요.


이런 느낌이 되는 거예요.


다음 보기에서 괜찮다 싶은 배우를 맘껏 고르시오.

1. AJ  2. 기마중  3. ashia kim  4. 센오아  5. 기마점


... 어쩐지 3번 찍으면 중간은 할 거 같은 기묘한 기분.


아무리 발버둥 쳐도 답은 이미 나와 있죠.

쉼 없이 몸을 굴려봐도 다시 제자리입니다.


김아중 덕질은 새해에도 역시 부조리합니다.

부조리한 운명의 시시포스 같은 부조리한 할배 ...


... ...


사실은 바꿀 수 없는 이런 게 행복 ...




(사진 출처: 킹 엔터 네이버 포스트 http://naver.me/GTTIafdD)





2017년 12월 9일 토요일

김아중 그리고 버킷 리스트



다들 아시겠지만 '버킷 리스트'라는 게 있죠.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을 목록으로 만들어 놓는 거요.

목록에 있는 것들을 다 하고 죽을 수 있다면 행복할 거라는 겁니다.

전에 영화 보고 알았어요.


그래서 저도 생각해본 적이 있었죠.

근사한 스포츠카 한번 타보기, 캠핑카로 미국 돌아보기,

그리고 당연히 김아중 만나보기 등

시시껄렁한 것들을 떠올려봤었습니다.


어쩐지 시늉이라도 한번 해보고 싶은 것들이었는데

생각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 아무것도 못 해봤...


그런데 얼마 전 그런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저런 걸 다 해보고 나면 정말 후회 없이 눈을 감을 수 있는 걸까?

다 해보면 삶이 끝날 때 아무 아쉬움 없이 행복할까? 하는 생각이요.


어쩐지 아니었어요.

그런 거 다 해본다고 행복할 거 같지 않았어요.

해보는 순간엔 분명 행복하겠지만

이내 또 다른 어떤 것이 자리를 잡고 새로운 욕망을 부추기지 않을까 싶어요.

하나가 끝나면 새로운 리스트가 다시 생기는 거죠.


곰곰이 생각해보니 버킷 리스트는 누군가의 마지막 순수한 소망이라기보다는

살면서 엄청 욕심나는 것들의 다른 이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버킷 리스트의 희망 사항들은 재물, 명예, 사랑, 등

사람이 꿈꾸는 욕망의 한 단편 혹은 상징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게다가 사람이 마지막에 느끼는 후회나 행복은

해보고 싶었던 몇 가지 것 때문이 아니라

그런 것들로 대표되는 지난날 전체에 대한 총체적인 감정일 겁니다.


별 게 아니었어요.

먹고 싶은 비스킷 리스트를 만들어서

매일 돌려가며 먹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요.


오늘은 고소미, 내일은 계란 과자...

그게 사실 더 행복...


그래서 저는 버킷 리스트를 다 털어버리기로 했습니다.

품고 살면 더 피곤할 테니까요.


아, 나, 이거 해봐야 하는데, 아 저거 해야 하는데,

발 구르며 혼자 조바심만 하다가 죽을 거 같어...


내 알량한 욕심들에 굳이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따위의

거창한 수식어를 붙여 스스로 얽매이고 싶지 않아요.

할 수 있어도 좋고 못 해봐도 좋은 게 좋은 거죠.


그런데...

이게 이상한 게



김아중 만나보기는 안 버려지네...





만나보면 나중에 후회가 없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죽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하는 건지도 물론 잘 모르겠습니다.

그게 버킷 리스트든 욕망의 리스트든 이름은 상관없어요.


눈 감기 전에 자식들한테


으음... 내가 말이다... 살면서 제일 잘 한 건 말이다...

흐으음..., ㄱ ... 을 만난 거여...

예? 누구요?

흐으으음..., ㄱ ㅣ... ...


차마 말을 할 수도 없는 일인데...


만난다는 상상을 하면 마음이 부풀거든요.

만나서 인사도 하고 사인도 받고 사진도 찍고 하는 상상만으로도

하늘을 나는 기분이죠.


어머, 제 팬이시라구요?

할 일이 많이 없으셨구나...

할아부지, 집 혼자 찾아갈 수 있으시겠어요?

... ...



나파 밸리 풍선 여행은 저~리 가라...


나중에 눈 감을 때가 문제가 아니죠.

지금 당장 상상만으로도 뜬금없이 행복해지는데 그걸 버릴 순 없는 겁니다.

우는 아이한테 손에 든 초콜릿을 버리라고 하는 게 더 쉬울 거예요.


언젠간 나도 만날 수 있어!

아직은 시간이 많이 남았... 많이는 아니구나...


많이는 절대 아니야...   





앞으로 10년도 지난 10년과 별다를 게 없는 게 문제...





(사진 출처: 킹 엔터 네이버 포스트 http://naver.me/GTTIafdD)



2017년 11월 30일 목요일

김아중의 마리끌레르 2017년 12월호


도파민 분비는 20대에 최대에 이르렀다가

30, 40, 50대로 나이 들어감에 따라 5~10%씩 감소한다고 합니다.

그럼 난 도대체 몇 % ...


그래서 나이가 들면 흥분하거나 즐거워하는 일이 줄어든다네요.

제가 요즘 그렇거든요.

낙이 없어요.


요즘엔 영화 보는 게 시들해졌다는 말을 한 거 같은데

그게 김아중이 안 나오는 영화를 안 보다가 차차

그렇게 변한 거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안 보면 멀어지잖아요.

영화 보는 것도 습관 같은 거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된 거에 대해 김아중을 원망... 까지는 아니고,

섭섭... 도 아니고,...

음 ... 하여간 어쨌든,

인제 보니 그게 그런 게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김아중이 최초 원인 제공자라는 건 부인할 수 없지요.

하지만 이 모든 시들함은 피할 수 없는 생물학적 변화였던가 봅니다.

할배가 되어가는 숙연한 과정 일부였던 거죠.

김아중한테 섭섭해할 이유가 전혀 없었을 수도 있던 거예요.




그건 오해였어요. 할배...




그렇죠, 김아중이 나한테 그럴 리가 없었죠.

근데 진실을 알고 난 뒤의 허전함 같은 게 있어요.

'아이 엠 유어 파더'처럼.

어쩐지 지나간 세월이 슬프고.

차라리 모든 게 김아중 때문이었다면...


세상에서 재밌는 일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요.

영화가 그렇고, 게임이 그렇고,

사진기도 언제 꺼내봤는지 가물가물하고.


밥 숟가락으로 요구르트 퍼먹듯

머릿속에서 재미난 것들이 뭉텅뭉텅 없어지는 거예요.

... ...



그래서...





마리끌레르를 샀어요.

안 사려고 했는데 이게 생각하고 있으면 이상하게 가슴이 뛰어...

도파민이 막 쏟아져 나오는 거 같고.

그래서.


잡지를 찾아 서점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적이 있나요?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서점을 향해 동네 언덕을 기어오르는 표범이고 싶...


늘 그렇듯 책방에선 이제 막 수능을 마친 막내딸을 위해

잡지를 고르는 순박한 아버지 분위기 - 그게 뭔데? - 가 나도록 신경을 썼어요.


딸을 위하는 애틋한 감정을 손끝에 실어 책방 주인에게 잡지를 내밀었지요.

딸은 없지만 수능 날이었거든요.


주인이 이놈은 뭐지? 하는 표정을 짓지 않은 걸 보면 내 연기가 먹혔...


잡지를 사면 항상 아쉬운 게 인쇄하고 종이 품질이죠.

이번 마리끌레르도 그냥 그랬어요.

인터넷에서 구할 수 있는 사진들 말고 혹시 뭐 다른 사진이 있나 했는데

그런 것도 없었고요.

여기 모아놓은 사진이 전부입니다.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뭐 그래도 잠시나마 가슴이 뛰었으니 된 거죠.

아직도 나를 설레게 하는 무언가가 남아있다는 건 축복입니다.


김아중.

도파민 유발자.



(사진 출처: 2017년 11월 인터넷 여기저기,
               마지막은 직접 찍은 '마리끌레르' 2017년 12월호 인터뷰 전문)



2017년 11월 12일 일요일

김아중의 '명불허전' 종영 인터뷰들을 읽고




얼마 전 김아중은 '명불허전' 종영 인터뷰를 했습니다.

기사가 쏟아졌었죠.

드라마가 끝나면 대개 종영 소감이라든가, 촬영 시의 에피소드,

평소 생각, 계획 등 여러 가지에 대해 인터뷰를 하더군요.

으레 하는 건가 했는데 그건 아니라고 합니다.


저 같은 팬은 인터뷰 좋죠.

드라마로는 알 수 없는 김아중의 실제 생각이나 모습을

일부라도 엿볼 기회니까요.

늘 하는 얘기지만 그런 거 안다고 내 삶이 윤택해지는 건 아닙니다.

밤에 잠이 잘 오는 것도 아니에요.

그런 건 뭐랄까 그냥 김아중한테 한 발 더 가까이 간 느낌을 줍니다.


인터뷰에서 느껴지는 김아중은 매우 진중하고 차분합니다.

직업과 관련한 목표와 생각이 뚜렷하고 일에 대한 열정도 대단하죠.

인터뷰의 바로 이 대목에서 봤어.라고 꼭 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세심하게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느껴집니다.


전체적으로 배우로서 색이 더 선명해지고

또 그것을 꾸준히 지키고 가꾸어 나갈 것 같다는 인상도 받았습니다.


대체로 진지했던 인터뷰 내용 중에 비교적 가벼운 게 있었다면

그건 이상형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게 잘 읽히더라고요.

머리에 쏙쏙 들어오죠.

하지만 그 가벼움 속에 중요한 삶의 진실이 숨어있다고 믿습...


하여간 이상형이 이전과 달리 좀 복잡 모호해졌습니다.

다른 것들은 뚜렷해졌는데 이것만 나 몰라라 반대의 길을 달리고 있어요.


전에는 이상형이 참 간단명료했죠.

목소리 좋은 사람.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었겠지만 선명하잖아요.


처음 만나 '안녕하세...' 하다 보면 판가름 나는 거예요.

장거리를 뛸지 말지가요.

목소리가 맘에 안 들면 땡! 탈락. 꺼져!

의자에 앉을 새도 없어요.

이 이상 똑 부러질 수는 없는 겁니다.

아주 김아중스럽지요.

김아중스러운 게 뭔지 정의하기는 어렵지만요.


근데 이번엔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자신과 비슷해야 하고,

관대해야 하고, 사고와 감정이 건강해야 하고, 등등

이상형 기준이 애매하게 까다로워졌습니다.

이런 건 몇 년을 만나봐도 다 알 수 없는 거거든요.

최악의 경우엔 상대가 자신의 본심을 숨길 수도 있고.


처음 저걸 읽고는 아니 연애 안 하겠다는 건가? 했어요.

하지만 잠들기 전 뒤척이며 머리를 굴려보니

저건 모든 사람의 기준이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예전부터 누구나 원하는 기본적 요건이잖아요.

아닌 사람 만나면 개고생하니까.

저마다 저런 사람을 원하고 또 찾았다고 생각하지만

지내보면 아닌 경우도 많고요.


김아중도 지금까지 특별히 말하지만 않았을 뿐

결코 새삼스러운 조건은 아니었을 겁니다.

1차로 목소리를 간신히 통과하면 2차로 저런 것들이

숨어 기다리고 있었을 게 틀림없어요.

합격이 거의 불가능했던 거죠....


그래서 요점이 뭐냐...

알고 보니 이상형에 대한 문턱이 오히려 낮아졌더라는 겁니다.

필수 조건이었는지 아니면 그저 단순한 방어막이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목소리 조건이 사라졌으니까요.


'안녕'만 듣고 땡처리하지는 않겠다, 인성만 갖춰다오.가 이제 된 거죠.

'이젠 연애를 하고 싶다구~.'

드디어 그런 각오인 건가? 하는 망상을 해봅니다....


그래서 뭐 어떻다는 거냐구요?...


... ...



그냥 그렇다는 거예요.

인터뷰는 늘 그렇죠.

김아중을 좀 더 안 것 같은 기분이 들고

어쩐지 뿌듯하지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요.

단조로운 날들은 다시 이어지고 말들은 차츰 기억 속으로 사라져 갑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기억이 나요.

김아중이 무슨 말을 했었는지, 미소는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저기 밤하늘 별이 '반짝'하며 속삭이는 소리를

들은 것만 같은 겁니다.

비록 닿을 수는 없어도 시리도록 아름다운 별에

한 발 다가갔던 것만 같은 거죠.


은하수 너머 저쪽.


한 발자국....

... ...




한 발자국이면 저어기 저 먼 별까지 얼마나 가까워지는 걸까요?

... ...





(사진 출처: 2017년 8월 12일~ 10월 1일 tvN 토,일 드라마 '명불허전' 1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