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18일 목요일

김아중 그리고 우정



이성 간의 사랑은 지속 기간이 대략 1년 반에서 2년 반이라는 말이 있다.

사랑의 감정이란 결국엔 식는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런 것에도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아마 그들이 말하는 이성 간의 사랑이란 

처음 만나 불꽃 튀기며 연애할 때의 감정을 말하는 걸 거다.

몇십 년을 같이 산 부부도 사랑한다고 하지만

그런 사랑은 연애 초기의 사랑과는 다르다.


팬도 연예인을 사랑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 역시 이성 간의 불같은 사랑은 아니다.

김아중 팬 중에는 사랑의 최장 지속 기한인 2년 반을 훌쩍 넘기고도 

팬을 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안 가... ...난... 유체이탈 중...


그러니까 2년 반이 넘어갔는데도 김아중이 여전히 좋다고 하면 

그건 과학적으로 연애의 감정이라고 할 수가 없는 거다.

그렇다고 파뿌리 밖에 남은 게 없는 부부의 사랑도 아니고.

슈퍼 변종 감정이라면 또 모를까...

과학적으로 사랑은 깨지는 거고, 깨지니까 사랑이고, 

안 깨지면 사랑이 아닌 거다.


그래서 이 뒤숭숭한 시기에

난 마치 아무런 걱정도 없는 사람처럼 

도대체 팬의 사랑은 무슨 사랑인가 하는

아무도 궁금하지 않을 사안에 대하여

딱히 쓸 곳 없는 머리를 굴려봤다.


...심심하니까...


다양한 사람들로 이루어진 팬이라는 집단의 사랑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는 건 처음부터 내 능력 밖이고

또 그렇게 해야 할 이유도 없는데

아무리 할 일이 없더라도 나는 왜 이러고 있는 걸까? 

하는 회의도 잠시 내려놓고 

더운 날 웃통 벗고 생각을 거듭해본 결과...


...아내는 내가 웃통을 벗고 있어도 아무 관심이 없다...

...부부의 사랑...


뭐 역시 대단한 결론이 난 건 아니고

하늘 아래 새로운 게 없다더니

내 생각엔 친구 간의 사랑인 우정,

우정 출연한다는 그 우정이야말로 

대다수 팬의 감정을 비교적 그럴듯하게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싶었다.


...알고 보니 이건 우정 블로그였어...


이성 간의 사랑은 쉽게 깨지기도 하고 유효 기간마저 있지만

인간성을 바탕으로 맺어지는 우정은 웬만해서는 변하지도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기도 한다.

우정 앞에 2년 3년이라는 기간은 껌도 아닌 거다.


그래서 오래도록 팬 생활을 지속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김아중에 대해, 비록 그것이 일방적인 감정일지라도,

우정 비슷한 것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난 여태 김아중하고 말도 해 본 적이 없는데 벌써 우정이라니...


한참 지난 얘기지만, 

우리의 구동백이 처음에 지수에게 뜬금없이 친구가 되고 싶다고 하는 이유도 

자신은 그저 팬일 뿐이라는 자각 때문이었을 거다.

좋아하지만... 팬이니까... 감히 연인이 되자고 하지는 못 하고...

이도 저도 아닌 그냥 우정 코스프레... 


동백은 순수한 듯 우정을 빙자해서 사랑을 쟁취했다.

애들처럼 친구나 하자는 감언이설로 

새로운 인간관계에 방어적이었던 지수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린 후 살살 다가간 결과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기발한 접근법이었다.

물론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하지만 그래서 나도 우정... 읭?...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2013.12.18 개봉) 캡처)



2015년 6월 11일 목요일

김아중 그리고 동물원



극장에서 볼 외국 영화를 고르려면 귀찮을 때가 있다.

내용이 뭔지 배우는 누군지 평은 또 어떤지도 

알아야 하는 게 성가시게 느껴진다.


대단할 것 없는 그런 정보들 다음엔

또 아내의 취향이라는 절대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나의 선택과 아내의 선택 사이에서

전혀 만만치 않은 저울질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선택의 자유가 있다는 건

좋은 것이지만 귀찮은 면도 있다.


31가지 아이스크림 가게에 가면 매번 고민이다.

삐끗하면 예상치 못한 걸 손에 들고 저번 것이 좋았다느니 

아내 것이 더 낫다느니 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 빠지게 된다.


기억이 가물거리기는 하지만 '라이프 오브 파이'에 보면

울타리 안에 갇혀 지내는 동물원의 동물들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만큼 불행하지 않다는 내용이 있다.


자유롭지만, 다른 동물의 공격이나 굶주림의 위협이 있는 야생의 삶이

자유 대신 안전과 풍부한 먹이가 있는 동물원의 삶보다 

동물 입장에서는 더 나을 게 없다는 거다.

자유냐 배부름이냐...


동물들이 말이라도 해주면 속 시원하겠지만

그간 사람으로서의 내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난 작가의 말이 어쩐지 마냥 헛소리 같지만은 않다.


그러니까 자유롭지만, 영화를 고르느라 고민하는 삶이 좋은가? 

아니면 

아무 생각 없이 뒹굴다가 때가 되면 김아중이 던져주는 영화나 덥석 무는 게 좋은가?

내용도 필요 없고 같잖은 평들도 필요 없고.

대나무만 먹는다는 동물원의 판다 같은 삶.


난 적어도 우리나라 영화에 관한 한 고민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김아중 영화에 갇혀있는 내 삶의 방식은 나무랄 게 없다.

판다 뺨치게 편하다...

나처럼 게으른 사람에게는 자유란 어떤 면에서는 성가신 거다.


말은 하지 않지만

아내도 이젠 김아중이 나오면 같이 보는 거고

안 나오면 자기 혼자 봐야 한다는 걸 안다.

아무도 고민하지 않는다.


김아중이 출연한 작품이 주식이라면

어쩌다 김아중이 SNS나 인터뷰를 통해 추천해주는 영화나 노래는 간식이다.


그런 건 이를테면 아내가 마트에서 자기 맘대로 골라 오는 

10개들이 아이스크림 꾸러미 같은 거다.

직접 고르는 번거로움 없이 편안하게 누워있다가 받아먹는 아이스크림.

전혀 나쁘지 않다.

맛이 없더라도 내 잘못은 아니다.


김아중이 추천하는 것들도

내 취향이 아닐 때는 

'아니 뭐 이런 걸...' 하면 그만이고


내 취향일 때는 

김아중과 나의 영적 합일점을 드디어 찾은 건 아닐까 하는,

비록 김아중은 합일점 따위를 원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다소 은혜로운 현재 진행형 망상 속으로 풍덩 빠져 볼 수도 있다.


그래서 결국 뒹구는 판다 같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동물원에 먹이가 뜸하다는...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2013.12.18 개봉) 캡처)



2015년 5월 31일 일요일

김아중 노래들



얼마 전 어머니께서 먼 곳으로 가셨다.
한 번 가면 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거기는 지내기 편안한 곳일 거다.

다소 긴 시간 동안 조금씩 마음의 준비를 해오기는 했지만,
어머니 뵈러 다니던 저수지 길과
그 길 끝에서 외로이 반겨주시던 모습은 자꾸 생각이 나서
못난 마음을 아프게 한다.

길이란 참 이상하다.
자주 다닐 때는 모르다가 시간이 지나고 뜸해지면
길옆 풍경 하나하나가 그리워지고
다시 가보면 새로운 의미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무수히 듣던 김아중 노래들.
그들 역시 이제 가슴이 먹먹해지는 의미 하나씩을 갖게 됐다.

길이나 노래만 그런 건 아닐 거다.
'전에 ~하던' 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것들은
모두 하나같이 아름답고 쓸쓸하다.

생각해보면 산다는 건 오고 가는 것이고
그사이에 추억을 쌓는 일이 아닐까 싶다.


2015년 4월 24일 금요일

김아중 이름을 쓰면 설렌다.



사실은 김아중 이름 석 자를 어딘가 적어보고 싶어서

블로그를 시작했다는 말을 전에 한 것 같다.


처음엔 김아중 이름 석 자를 여기 적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렜다는 말도 전에 한 거 같고.


김아중을 검색했을 때 내가 작성한 글이 눈에 띄면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린다는 말은 했던가 말았던가...


블로그 한지도 몇 년 되다 보니

무슨 말을 했는지 가끔 헷갈리는데 뭐 어쨌든 그건 그렇고.

                                 (이건 하트일 거라는...)


어느 날 갑자기

이젠 김아중 이름을 쓰고 있어도 그냥 그런가?,

이제 그럴 때도 됐잖아? 싶기도 하더라는 거다.


그래서 자가 테스트...


아- 아- 

김아중, 김아중, 김아중, 

김. 아. 중,...


... 할배, 할배는 왜 맨날 반마리져?...

아니 아니...


아직 좀 많이 설레네...요...


블로그에 포스팅을 한다는 건

빨래 개고 쓸까? 아니면 쓰고 빨래 갤까? 처럼 

종종 나의 의무와 아내의 동선을 고려한 시간 안배와 

위험을 감수하는 용기가 필요한 일이고

대체로 게임도 뒤로 하고 낮잠도 마다해야 하는 

고단한 일이기도 하다.


뭔가를 하려면 그 일을 하고 싶어 견딜 수 없을 때 하라는 

그런 요지의 말을 어디서 들었다.

하고자 하는 열망이 터져 나와 어찌할 도리가 없을 때 일을 하면

뭐든 잘해낼 수 있을 거란다.


과연...


참을 때까지 참은 뒤끝은 항상 더 강렬하고 시원하더라는...


어쨌든 그래서 나도 참을 때까지 참다가 쓰는 거라는...

그래도 소리도 없고...

그다지 더럽지도 않아...


하지만 재능이 없다면 열정만으로는 좀 아쉽다.


이 블로그가

김아중 이름 좀 써보겠다는 주체 못 할 열정으로 시작했지만,

이건 만나 보고 싶다든지, 사인 한 장 받고 싶다든지,

나는 원래 뼛속까지 여성 영화제가 당기는 사람이라든지 하는 

시답잖은 말이나 늘어놓는 망상의 블로그가 돼버린 것처럼.


그렇다고 인제 와서 고칠 재능도 없고...


'나도 김아중 파워 블로거',

'이 구역의 미친 할배는 나!'라고

어디 남부끄럽지 않게 내밀 수가 없는 거다.


나도 파워가 있었으면...

강아지가 통 말을 안 들어...


요즘처럼 삶이 더없이 밋밋하고 싱거울 때

나한텐 비타 500 한 병도 찔러주는 사람이 없고

아무리 둘러봐도 더는 가슴 뛰는 일이 없는 거 같을 때


재능은 없지만 이건 어쨌든 내 블로그니까

나는 참고 또 참다가 

김아중 이름을 여기 몰래 또 적어보는 거다.


아무에게도 해가 되지는 않을 테니까...

소리도 없는데 뭘...


김아중, 김아중, 김아중,


김. 아. 중...


두근두근 두근두근...


소리를 보는 할배...


일없이 설렌다.

봄이라 그런가?...







(사진 출처: 영화 '캐치 미'(2013.12.18 개봉) 캡처)